[박근혜 시대-인사가 만사다]최근 정권 첫 총리 화합형보다 실무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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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한승수-盧정부 고건… 국정경험-행정능력 보고 발탁
DJ정부 김종필 총리는 국무위원 제청권 실제 행사

역대 대통령들은 대개 초대 총리로 화합형, 실무형을 선택했다.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에 따른 공동정부 명목으로 총리 자리를 약속받은 김대중 정부의 김종필 총리가 예외적인 사례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승수 당시 유엔기후변화특사를 첫 총리로 지명했다. 주미대사,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 외교통상부 장관, 유엔총회 의장, 국회의원을 거쳐 국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이유였다. 한 전 총리는 정치색이 옅은 실무형 총리로 통상과 자원외교에 무게를 뒀다. 당시 정치권에선 ‘박근혜 총리 카드’가 거론되기도 했으나 실제 정식 제안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내내 ‘코드 인사’를 고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첫 총리만은 코드 인사에서 벗어났다. 국정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서울시장, 내무부 교통부 농수산부 장관 등을 지내며 행정능력이 검증된 고건 전 총리를 지명한 것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몽돌과 나무받침대’론으로 대통령과 총리 관계를 언급한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총리는 몽돌(모가 나지 않고 둥근 돌)을 잘 받쳐줄 수 있는 나무받침대 같아야 서로 짝이 잘 맞지 않겠느냐”며 ‘개혁 대통령과 안정 총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PK(부산경남) 출신이었기에 고 전 총리가 호남 인사라는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1년 3개월 재임기간 내내 노무현 정부 386 실세들의 견제를 받았다.

김대중 정부의 김종필 전 총리는 대선 전 단일화 협상 때부터 총리를 맡기로 돼 있었지만 임명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아 5개월여를 총리서리로 지내야 했다. 김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총리와 함께 역대 총리 가운데 법적으로는 총리에게 권한이 있으나 유명무실해진 국무위원 제청권을 실제로 행사한 실세 총리였다.

김영삼 정부의 초대 총리는 고 황인성 전 농림수산부 장관이었다. 김 전 대통령이 PK 출신이고 국가안전기획부장과 부총리 등이 영남 출신이어서 지역안배 차원에서 전북 무주 출신의 황 전 총리가 기용됐다. 3당 합당으로 탄생한 여당(민주자유당)에서 김 전 대통령이 민주계이기 때문에 여권 내 화합을 고려해 민정계인 황 전 총리가 발탁된 측면도 있었다.

노태우 정부는 첫 총리로 이현재 전 서울대 총장을 임명했다. 직선제로 탄생한 첫 대통령이지만 군인 출신이었기에 취약한 정통성을 보완하고 국민 화해무드를 조성하기 위해 참모들이 천거한 인물이었다. 이 전 총리는 서울대 총장 재직 때 발생한 미국문화원 점거농성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을 옹호하다 총장에서 경질된 바 있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대통령#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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