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대선]<7> 김은성 극작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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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을 기다리는 민초들의 독백

박빙이다. 말 그대로 살얼음판의 싸움이다. 발단과 전개를 거쳐 위기를 넘어온 좌우 양 진영의 후보가 절정의 국면에서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과연 누가 주인공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사생결단 이전투구는 결말의 D데이가 다가올수록 점입가경이다. 난타전과 신경전, 네거티브 공세와 폭로비방전, 대통합·총집결 깃발 뒤의 댓글 대리전까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전면전이자 게릴라전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오직 결말의 주인공만 만들어내면 그걸로 끝이라는 대선드라마의 뻔하고 해묵은 플롯 앞에 새 정치와 새 시대를 꿈꾸는 우리들의 오래된 열망은 또다시 무력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세상을 기다리는 우리들의 희망은 꺾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들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 저마다의 가슴속에는 플래카드의 선전문구, 확성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창한 선거구호 못지않은 뜨겁고 간절한 독백이 있다. 젊은 연극인으로 살아가는 나에게도 새 대통령,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많다. 그중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연극이 초중고교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되었으면 한다. 연극은 ‘사람예술’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배려의 덕목이 중요시되는 예술이다. 입시전쟁 앞에서 유명무실 실종되어가는 인성교육의 대안으로 연극이 그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현재 일부 학교에서 선택과목이나 방과 후 활동으로 운용되고 있는 연극교육이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된다면 연극교사 일자리가 대폭 늘어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연극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둘째, 공공극장의 확대다. 소수를 선정하여 제작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기존 제도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운영난에 시달리는 대학로 소극장들을 국가 차원에서 확보해 공공극장으로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극장의 수를 늘려 젊은 연극인들에게 대관료 걱정 없이 실험적인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신선한 콘텐츠를 가진 젊은 창작자들이 단지 돈이 없어 설 자리를 얻지 못하는 안타까운 대학로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새 대통령과 새 정부는 힘들기도 하겠다. 굳이 글로벌 경제위기까지 말하지 않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비롯한 민생현안이 겹겹이 쌓여 있다.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들이 첩첩산중이다. 그럼에도 “내가 아니면 절대 안 돼!” “너는 절대 안 돼!” 그 험난한 길을 서로 가겠다고 ‘난리부르스’다. 그러나 우리는 이편과 저편의 아우성에 묻혀 있는 소박한 독백들을 들어야 한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대선드라마의 주연배우들 역시 그 독백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선은 왜 항상 겨울에 있을까? 민생은 늘 살얼음판 위에 있다. 우리들 저마다의 조용하지만 뜨거운 독백들은 봄꽃을 기다린다. 아직은 박빙이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김은성#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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