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통치 1년’ 北 어떻게 달라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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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제치고 黨-내각이 전면에… ‘부인 대동’정치 가장 큰 변화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주기(17일) 추모 체제에 돌입했다. 정부 당국자는 3일 “북한 당국이 해외 주재원들에게 귀국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장거리로켓(미사일) 발사 분위기를 잡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2일 1면에 ‘김정일 장군의 노래’ 악보를 게재하고, 조선중앙TV는 새로운 김정일 기록영화를 방영하면서 김정일의 육성을 내보내는 등 북한 매체들이 추모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북한이 ‘대미 항전’의 전리품이라며 평양 대동강변에 전시해온 미국 푸에블로호를 보통강변으로 옮겨 전시하기로 한 것도 행사 분위기 조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김정일 추모와 동시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집권 1년’을 축하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일 1주기 추모식과 김정은 군 최고사령관 취임 1년(30일) 축하를 한꺼번에 치를 것 같다”고 밝혔다. 10∼22일로 예정된 장거리로켓 발사도 추모와 축하의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김정은 통치 1년은 ‘요란한 출범기’→‘혼란스러운 과도기’→‘불안한 정착기’를 거쳤다. 김정은은 짧은 애도 기간을 거친 뒤 곧바로 군 최고사령관에 오르면서 권력 장악에 나섰다. 2월 들어 김정일 70회 생일(2월 16일)을 기념하는 ‘김정일훈장’을 제정하는 등 축제 분위기 조성을 시작했다. 4월엔 당 대표자회(11일), 최고인민회의 및 장거리로켓 발사(13일)에 이어 대대적인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행사(15일)를 치르며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축제가 끝난 뒤 김정은은 다소 혼란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김정은은 동아일보를 비롯한 남한 언론기관의 좌표까지 적시한 최후통첩장을 공개하는 등 대남 위협을 통해 사회 분위기를 긴장시켰다. 한편으로는 조선소년단 창립 66주년(6월 6일) 행사를 대규모로 치르고, 7월 초에는 부인 이설주를 공개하는 유화적 제스처도 보여줬다.

7월 15일 군의 실세였던 이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함으로써 군부는 혼란에 빠졌지만 김정은은 이때부터 권력자로서의 면모를 본격적으로 과시했다. 이후 군 수뇌부 대거 교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 국가안전보위부를 중심으로 한 공안통치 강화 등을 통해 김정은의 권력이 불안한 가운데 조금씩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시대에 가장 가시적인 변화로 이설주의 등장을 꼽는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화려한 패션의 이설주가 김정은과 팔짱을 끼고 다니는 모습을 본 북한 주민들은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김정은이 김정일식의 ‘운둔·신비 통치’가 아닌 ‘공개·대중 통치’를 선택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치·군사적으로는 김정일 시대의 선군(先軍)체제와 달리 군부에 대한 노동당의 영도를 강화하고, 군 중심의 경제를 내각으로 이전시킨 것이 특징이다. 통일연구원 정영태 선임연구위원은 “1인 통치가 어려운 김정은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바로 당”이라면서 “군이 국방에 주력하는 정상적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과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10월 북한 병사가 상관을 살해하고 귀순한 사건은 군의 기강 해이를 보여줬고, 물가·환율 폭등 속에 민심이 이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택동·조숭호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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