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특검, “경호처 상습 증거인멸” 강제수사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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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첫 靑 압수수색 결정 이유는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청와대 경호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결정한 직접적인 이유는 경호처 직원들이 상습적으로 내곡동 땅 계약문서 등 증거 서류들에 손을 댄 증거 인멸 혐의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법원도 특검이 경호처가 넘겨주는 자료를 기다리기보다 하루빨리 경호처를 강제 수사하는 것이 증거 인멸 혐의를 밝히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특검의 경호처 압수수색 결정은 사건의 본질보다는 수사기한 연장을 둘러싸고 특검과 청와대가 벌이는 ‘기 싸움’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검은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큰아버지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서 빌렸다는 6억 원 출처 수사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및 편법 증여 의혹과 관련해 영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14일로 끝나는 1차 수사 기한 내에 김 여사 조사 등 추가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이런 이유로 특검은 9일 수사기간 연장을 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현재까지 청와대는 기간 연장에 부정적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더 조사할 게 남았는지 의문”이라며 “청와대로서도 충분히 수사에 협조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구에 이어 경호처 압수수색 결정까지 나오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연장 요청을 거부할 경우 ‘청와대가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결국 수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이 대통령은 11일 오후 인도네시아와 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부터 수사기간 연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특검은 청와대를 압박할 수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추가 수사에 대한 명분을 얻겠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편 특검팀은 이번 사건의 핵심인 배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세 가지 손해 금액 산정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 금액 산정은 배임 범죄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6억 원과 22억8000만 원, 42억8000만 원 등 세 가지 손해액을 두고 어떤 계산법이 더 설득력이 있을지 저울질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가에 6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의견에 가장 무게가 실려 있다. 공동 매입한 3필지 가운데 가장 큰 20-17번지에 대해 애초 시형 씨 몫은 248m²(약 75평)였는데 경호처가 뒤늦게 330m²(약 100평)로 늘려줬다는 것. 시형 씨가 그만큼의 땅값 6억 원을 더 내지 않은 만큼 국가에 6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특검팀은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하는 문서도 압수했다.

손해액이 22억8000만 원이라는 의견은 경호처가 사들인 땅이 모두 밭이며 그에 대한 감정평가액이 20억 원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 경호처가 20억 원짜리 땅에 42억8000만 원을 낸 만큼 차액 22억8000만 원이 모두 국가의 손해라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손해액이 42억8000만 원이라는 계산은 내곡동 땅 매입 계약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내곡동#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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