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北병사 노크 보고’ 열어보지도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 귀순경위 혼선 국감서 질타

2일 강원 고성 지역을 넘어온 북한군 병사의 귀순 경위에 대한 정정 보고를 해당부대가 다음 날 합동참모본부에 보냈지만 합참은 이를 열어보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병사는 한국군의 일반소초(GOP)에 앞서 동해선 경비대 생활관도 찾아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3일 오후 5시 7분 1군사령부 상황장교가 ‘보고 경위가 바뀐 자료를 보내니 열람하라’고 전화로 통보했으나 합참 상황장교(소령)가 상황이 종료됐다고 생각해 이 자료를 열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합동지휘통제체제(KJCCS)에 게재된 이 보고서는 8일까지 열람되지 않은 채 방치됐고 정 의장은 이날 열린 국감에서 “폐쇄회로(CC)TV를 통해 북한군을 처음 발견했다”고 허위 보고했다.

CCTV로 발견했다는 첫 보고는 부소초장이 대대장에게 ‘CCTV로 최초 발견됐을 것’이라고 보고한 것이 상급부대까지 전해진 데 따른 것. 하지만 1군사령부는 사건 발생 1시간 만에 ‘북한 병사가 생활관 문을 두드리자 장병들이 나가 신병을 확보했다’는 정정 보고를 받고도 3일 오전 10시 합참에는 ‘CCTV를 보고 발견했다’는 내용을 수정 없이 그대로 보고했다.

GOP 생활관 출입문에 설치된 CCTV는 정상 작동 중이었으나 사건이 발생하던 2일 오후 7시 20분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는 녹화가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장은 “합참 전비태세검열단이 전문가를 투입해 확인했으나 파일을 삭제한 흔적은 찾지 못했다”며 “과거에도 녹화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열영상장치(TOD)에 철책을 넘는 장면이 녹화되지 않은 것도 “수풀 속에 사람이 있으면 잘 포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정 의장에 따르면 북한 병사는 9월 29일 오전 4시경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50km 북쪽에 위치한 자신의 부대를 이탈해 2일 오후 8시 북측 철책지역에 도착했다. 그는 오후 10시 30분 비무장지대(DMZ)를 지나 남측 철책에 도착했고 오후 10시 30분에서 11시 사이에 철책을 넘었다. 이 병사는 철책 상단에 놓인 윤형 철조망을 옆으로 벌리고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사는 이어 동해선 경비대 생활관을 두드렸으나 응답이 없자 11시 19분 30m 떨어진 ‘내륙 1소초’ 생활관에 찾아가 문을 두드리며 귀순 의사를 밝혔다. 이영주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해병 소장)은 “경비대는 주간에 근무하고 야간에는 쉬는 부대”라며 “불침번이 있었으나 2층 건물이어서 1층 문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오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북한 병사의 귀순 과정에서 발생한 경계 소홀 등 군 기강 해이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군이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들을 엄중 문책하고 경계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 근본적인 보강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김 장관은 이에 따라 이날 오후 국방부에서 화상으로 전군 작전지휘관회의를 열고 경계시스템 보강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4년 전에도 북한 병사가 한국군 부대까지 찾아와 노크를 하며 귀순 의사를 밝힌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2008년 4월 27일 판문점 인근에서 북한군 중위 이모 씨가 백기를 들고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한국군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경계초소(GP)로 직접 다가와 문을 두드리며 귀순했다”고 전했다. 당시 부대원들은 문책 당할 것을 우려해 귀순 유도작전을 펼친 것처럼 허위 보고했다가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영상] “北병사 넘어와 지뢰 심어도 모를 판”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합참#국감#정승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