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정치불신 깊어져… 文도 非文도 상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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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 경선 파행 후유증

민주통합당이 27일 룰 공정성 시비로 불거진 경선 파행 사태를 가까스로 봉합하고 경선 일정 정상화로 가닥을 잡았지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듯하다. 정권교체를 노리는 제1야당의 대선후보 선출 과정이 초반부터 신뢰성에 금이 가면서 유권자의 정치 혐오는 더욱 깊어졌고, 경선 결과와 관계없이 문재인 후보와 비문(비문재인) 후보들 모두 패자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문 후보는 약세 지역으로 평가되던 제주·울산에서 압승하며 대세론이 굳어지고 있지만 승리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상처뿐인 영광’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문 의원으로선 당 지도부가 그를 지원하기 위해 유리한 경선 룰을 만들었다는 비문 후보들의 주장이 확산되는 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문 후보 측 이상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규정에 따라 경선에 뛰고 있는 선수로서 유감스러우며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당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정통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의 한 인사는 “민주당이 향후 진보진영의 힘을 하나로 모아 제대로 대선을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007년 대선 경선 때도 선거인단 불법 동원 문제로 경선 일정이 잠정 중단되고 8개 지역 순회경선을 한꺼번에 치르는 파행을 겪은 바 있다. 당내엔 이 같은 5년 전 경선 파행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때 경선 중단까지 선언했던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등 비문 후보 3인도 상처뿐이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역전을 통한 감동적인 ‘경선 드라마’를 기대했지만 감동도 역전도 사라진 채 ‘진흙탕’ 싸움 속 패자로 남을 위기에 처했다. 수천 명에 이를 것이라던 제주 모바일 선거인단의 미투표 처리자가 검증 결과 미미한 수치로 드러난 것도 ‘과잉대응’이라는 역풍으로 되돌아올 태세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제주에서 자신들이 기대했던 지지표가 나오지 않자 엉뚱하게 룰을 핑계로 경선판을 흔든 것 아니냐”며 “스스로 합의한 룰에 대한 부정으로 결국 모두가 자멸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민주당이 당과 경선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지도부가 새로운 인물 영입 등 친노의 폐쇄성을 벗어나는 혁신을 통해 비노 후보들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민주 경선 파행#민주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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