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계약 없이 합의 남발… ‘잘해보자’ 의지 확인에 그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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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문가들이 본 ‘北-中 나선개발 합의문’

“겉보기엔 화려하나 막상 뜯어보면 새로운 내용이 없다.”

북한 전문가들은 14일 북한과 중국 간에 합의된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 나선경제무역지대 공동개발을 위한 제3차 공동지도위원회 결과를 놓고 이렇게 지적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합의에는 새로운 협력사업이 거론된 게 없고 구체적인 사업으로 이행할 수 있는 계약서가 체결된 것도 없다”며 “기존 합의조차 이행이 잘 되지 않는 상태에서 합의서만 남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허벌판인 황금평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다는 나선지대도 ‘종합개발계획’이 합의됐지만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조 연구위원은 “지금쯤 나선은 계획을 확정하고 투자자 유치와 공단 가동을 본격화할 시점”이라며 “중국이 공급한다는 전기도 언제, 어떤 규모로 지원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프라 부족과 북한에 대한 불신으로 선뜻 나설 투자자가 없는 상태에서 북-중 당국이 ‘잘 해보자’는 수준의 의지를 거듭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 당국자도 “중국은 황금평을 단둥(丹東) 배후의 단순 생산시설로, 나선은 동해로 나가는 물류기지로 삼고 싶은 반면 북한은 두 곳을 첨단산업단지로 키우기를 원하고 있다”며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달라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북한으로선 이번 회담의 성과를 만족스러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이번 회담은 경제행사로 포장했지만 김정은 체제의 첫 대규모 방중 행사로 ‘북-중 관계 정상화 복원’을 위한 정치행사”라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 일본과 잇달아 접촉하고 있는 북한이 중국과도 밀월관계를 회복하는 한편 경제개발에 주력하는 ‘정상국가화’ 이미지를 심는 게 회담의 목표라는 얘기다. 오 교수는 “북-중 접경지역 문제를 논의한다면서 장성택이 굳이 베이징까지 찾아가 여론의 주목을 유도한 것은 북한이 선전 목적으로 모양새 갖추기에 주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중국 측에 차관과 식량 지원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여 중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2010년 김정일이 방중했을 때도 현금 차관과 식량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며 “하지만 중국은 ‘차관이 아닌 관광투자 형태로 지원하겠다’며 빠져나갔고 식량도 수천 t 규모의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중국은 ‘선물 제공’ 차원의 소규모 식량 제공으로 선을 그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北-中나선개발#합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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