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공천헌금 수사]박근혜 “경선 보이콧 이럴수는 없다”… 非朴과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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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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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터진 4·11총선 공천헌금 의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까지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당 지도부와 박근혜 의원 측에 대한 비박(비박근혜) 후보들의 누적된 불만이 공천헌금 의혹이라는 도화선을 타고 폭발한 것이다. 여기에 당 지도부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 의원과 새누리당은 대선 정국이 시작된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 김문수-김태호-임태희 경선 보이콧


비박 4인 “황우여 사퇴를”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왼쪽부터) 등 새누리당 비박 대선주자들이 3일 기자회견을 갖고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 황우여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비박 4인 “황우여 사퇴를”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왼쪽부터) 등 새누리당 비박 대선주자들이 3일 기자회견을 갖고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 황우여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3일 오후 9시경 비박 주자들은 “모든 경선 일정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4명의 비박 주자 중 안상수 전 인천시장만이 뒤늦게 “경선 일정 거부를 합의한 바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안 전 시장을 제외한 김문수 경기지사, 김태호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이날 오후 11시로 예정돼 있던 KBS 주최 경선 후보 방송토론회에 나오지 않아 결국 토론회를 무산시켰다.

비박 주자들이 이렇게 강경해진 것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황우여 대표 사퇴 △경선 일정 연기 △당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으로 공천헌금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인책 △총선 당시 지역구 컷오프 과정에서 제기됐던 의혹 해소를 위한 자료 공개 및 검증 등을 요구했다. 총선 당시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이었던 황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대 결심을 언급해 ‘경선 보이콧’도 시사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황 대표 사퇴 불가와 경선 일정 강행 쪽으로 가닥을 잡자 결국 비박 주자들은 경선거부라는 카드까지 뽑아들었다.

비박 후보들이 총선 공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이끌었던 박 의원 대신 황 대표를 겨냥한 것에 대해선 경선 규칙 협상 당시 황 대표와의 갈등이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의원과의 격차가 큰 상황에서 공천헌금 의혹을 경선판을 뒤흔드는 빌미로 삼은 거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 친박 강경 대응

두번째 최고위… 심각한 황우여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4·11총선 당시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의 처리 방안을 논의하다 잠깐 복도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두번째 최고위… 심각한 황우여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4·11총선 당시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의 처리 방안을 논의하다 잠깐 복도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박근혜 의원은 이날 밤 예정대로 토론회장에 나와 비박 후보들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결국 토론회가 무산되자 돌아갔다. 박 의원은 기자들에게 “당 지도부도 노력하고 있고, (공천헌금 의혹) 당사자들이 자진 출두해서 조사를 다 받겠다고 하면 기다리면서 이것(경선)은 이것대로 진행시켜야지. 이런 식으로 보이콧하는 것은 국민과 당원들에 대해서 도리가 아니다”라며 비박 주자들을 비판했다. 그는 “당에 대해 애정이 있으면 이런 식으로 행동할 수 없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했다. 박근혜 캠프는 논평에서 “세 후보가 토론 시작 2시간 전에 갑자기 불참하겠다고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토론회를 지켜보려던 국민과 당원, 해당 방송사에 정중하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즉각 경선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친박 진영 내에선 비박 주자들의 경선 보이콧에 대해 현 지도부를 무너뜨려 당을 비상체제로 몰고 가면서 당권 등 지분을 챙기려는 저의가 숨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 우왕좌왕 지도부

오전 고위 당직자 대책회의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앞) 등 고위 당직자들이 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가진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오전 고위 당직자 대책회의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앞) 등 고위 당직자들이 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가진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이날 하루 동안 세 차례나 모여 수습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공천헌금 의혹의 당사자인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은 오락가락했다.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당 지도부가 두 사람에게 자진 탈당을 요구하거나 출당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당 차원에서 국민에게 유감 표명을 하는 방안도 유력했다.

그러나 3시간 동안 이어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김영우 당 대변인의 발표는 이런 예상을 벗어났다. 최고위원회의가 내놓은 수습책은 △신속한 검찰 수사 △당 윤리위 차원 진상조사 △대선 경선 후보들과 당 지도부 연석회의였고 탈당이나 출당에 대해선 아예 언급이 없었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윤리위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힘들고, 그런 윤리위의 결론을 국민이 믿지도 않을 것이란 점에서 무대응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 차원의 유감 표명도 없었다.

최고위원들은 오전 회의에서 현 의원과 현 전 의원에게서 각각 30분 동안 해명을 들었다. 두 사람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최고위원이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전현직 의원이 많은데 검찰의 수사가 시작도 안 된 상황에서 유독 두 사람만을 당에서 내쫓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펴며 두 사람을 옹호했다.

최고위원회의가 내놓은 수습책이 미흡하다는 비판과 비박 주자들의 반발이 있자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다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현 의원과 현 전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하기로 했다. 비박 주자들이 경선 거부를 선언하자 최고위원들은 오후 10시경 다시 모였다. 그러나 이날 새누리당의 허둥대는 모습에서 대선을 앞둔 결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공천헌금#박근혜#경선#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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