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사당화’ 할말없게 된 새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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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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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두언 스스로 해결해야”→의총서 그대로 의결
對국민사과-이한구 사퇴시기… ‘朴 가이드라인’ 따라 결론 내

강공 나선 朴…鄭의 선택은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있다(왼쪽). 이에 앞서 정두언 의원이 의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오른쪽).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에 대해 “정 의원이 평소의 신념답게 앞장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강공 나선 朴…鄭의 선택은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있다(왼쪽). 이에 앞서 정두언 의원이 의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오른쪽).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에 대해 “정 의원이 평소의 신념답게 앞장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정 의원의 거취를 놓고는 자발적 결단을 촉구해 사실상 자진 탈당을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당 지도부는 박 전 위원장이 사전에 제시한 대로 최종 결론을 내려 ‘가이드라인’ 논란과 함께 당내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체포동의안은 당연히 통과됐어야 하는데 반대 결과가 나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의원은 평소 쇄신을 굉장히 강조해 온 의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 논리를 따지거나 국회에서 부결됐다는 것을 넘어 평소 신념대로 당당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원내)지도부를 바꿔 봤자 국민이 다시 신뢰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정 의원의 자진 탈당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친박 “가이드라인처럼 비치더라도 黨 수습이 우선” ▼
사퇴유보 요청 받은 이한구 “무조건 사퇴” 사의 안 접어


박 전 위원장은 사퇴를 선언한 이한구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데 공감하지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마무리를 잘하는 것도 국민에 대한 큰 약속이고 책임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7월 임시국회 때까지는 원내대표직을 맡아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총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대국민 사과 △정 의원 스스로 문제 해결 △이 원내대표 임시국회 이후 사퇴를 의결했다. 박 전 위원장이 의총장에 들어가기 전 밝혔던 해법과 정확히 일치한 것이다. 황우여 대표는 의총 직후 “약속을 지키지 못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철저한 쇄신과 변화를 이끌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박 전 위원장이 사전에 가이드라인을 준 듯한 모양새가 되자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서조차 “‘박근혜 사당화’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며 “국민은 ‘당 대표 위에 박근혜 총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난감해했다. 특히 의총에서는 “이 원내대표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당 지도부는 사실상 박 전 위원장의 ‘지침’에 따랐다.

사당화 논란은 정 의원의 거취 문제와 맞물리면서 증폭됐다. 당 지도부는 박 전 위원장의 발언대로 정 의원에게 7월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등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 이상의 가시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정 의원은 이 결정에 앞서 “임시국회가 끝나는 즉시 검찰이 영장을 다시 청구하면 바로 법원에 출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임시국회 종료 이전에 체포동의안 부결이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님을 정 의원 스스로 입증해 보이라고 요구한 셈이다.

김영우 대변인은 “그것이 없으면 당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을 상대로 출당 조치도 내릴 수 있다는 엄포였다.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도한 김용태 의원은 황 대표가 사과성명을 낸 직후 바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부결 처리가 잘못됐다면 나부터 당에서 징계하라”며 “정 의원이 목숨을 걸고 쇄신할 때 이 원내대표는 어디에서 무엇을 했느냐”고 쏘아붙였다. 체포동의안 부결 후폭풍이 당 지도부와 일부 소장파 의원 사이의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 의원은 “특정 경선 후보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당 대표가 그 가이드라인에 준하는 결과를 내놓는 것은 당이 특정 정파에 의해 지배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친박 핵심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도 본인의 발언이 가이드라인처럼 비친다는 점을 왜 몰랐겠느냐”며 “그렇게라도 수습하지 않으면 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고육책”이라고 해명했다. 친박 진영에선 황 대표가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결론과 관계없이 돌아가지 않겠다. 무조건 사퇴한다”고 밝혔으나 당 지도부의 거듭된 설득에 고심 중이다. 하지만 원내대표직에 복귀해도 사실상 ‘식물 원내대표’가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사퇴 의지를 꺾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정두언#박근혜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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