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금산분리 규제 원상회복” 재계 “지주회사 전환하라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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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반만 풀린 금산분리 규제… 경제민주화 여파 논란 재점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3년 만에 다시 점화되고 있다. 당시 규제가 절반만 풀렸던 것이 발단이다. 새누리당과 경제민주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규제가 절반이나 풀렸다’며 원점으로 되돌릴 것을 주장한다. 반면 나머지 절반이 안 풀리면 자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기업들은 속앓이를 하는 중이다.

현 정부가 추진했던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금융지주회사의 일반자회사 소유를 허가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과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허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2009년 7월 미디어법 등과 함께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정부가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민주당의 반대로 2년 동안 지연되다 18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동전의 양면 같은 두 법안의 운명이 갈린 것.

민주당은 19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경제민주화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금융지주회사법 원상회복을 주장하고 나섰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를 앞장서서 막았던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11일 한 라디오에서 “날치기된 금융지주회사법을 되돌리지 않으면 사실상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나머지 절반의 규제가 풀리지 않아 올해 안에 금융자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일반지주회사들은 고민에 빠져 있다. 정부는 그동안 지주회사를 선진형 지배구조로 홍보하며 재벌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지도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은 정부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서 금융자회사를 팔아야 하는 처지다.

SK와 두산이 대표적인 예다.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SK는 SK증권 지분을 처리하지 못해 지난해 50억8500만 원의 과징금을 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올해 안에 지분을 팔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처벌을 받는다. 두산은 BNG증권, 두산캐피탈, 네오플럭스 등 금융자회사 3곳의 지분을 올해 안에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대선 표심을 겨냥해 재벌개혁을 포함한 경제민주화 논의가 불붙었고, 금산분리 완화를 강하게 반대해온 박영선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으면서 정부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할 동력을 사실상 잃은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12일 “올해 안에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정부의 권유로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은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금산분리#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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