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실용외교가 국가적 망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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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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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주의-안보라인’ 논란

국가적 망신을 자초한 정부의 한일 정보보호협정 처리 문제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외교’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MB(이명박 대통령)식 실용주의’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성과주의로 변질되면서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인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사진)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 삐걱대는 ‘MB 실용외교’

외교부 안팎에서는 정부가 협정안을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강행했던 것에 대해 “이번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 외교안보 분야의 중요 이슈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조급증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을 바꿔보려던 대북정책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국방개혁에 이어 이 대통령이 직접 확언했던 미사일 사거리 연장마저 미국과의 협상 난항으로 늦춰지고 있는 데 따른 초조함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1일 “이번 정부의 외교정책은 다른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그러다 보니 국민의 반일 감정이나 절차적 하자가 가져올 파장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도마 오른 ‘소년 책사’ 김태효

MB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는 늘 김태효 기획관이 중심에 있었다. 이번 협정안 사태에 대한 그의 책임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45세인 김 기획관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2007년부터 외교안보 관련 조언을 담당했고, MB로부터 “나이는 어리지만 외교안보 분야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선거캠프에서 ‘소년 책사’로 통했다. 이 대통령 취임 후에는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을 맡으면서 직속상관인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김병국→김성환→천영우 수석으로 바뀌는 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이번 파문으로 김 기획관이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 중 미사일 사거리 협정 등 주요 외교 현안을 밀어붙일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관계자는 “경선 시절부터 시작해 청와대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핵심 참모인데 욕심을 부리다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MB 인사 스타일상 김 기획관이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을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오래 자기 곁을 지킨 김 기획관에 대한 MB의 신임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한일 정보보호협정#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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