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세종시다]食農권리장전, 건강한 농산물로 안전한 삶 보장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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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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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323년 전인 1689년, 세계적으로 큰 ‘사건’이 있었다. 영국에서 권리장전이 제정된 것이다. 권리장전은 당시 영국의 의회정치를 확립했고 절대주의를 종식시켰다. 민주주의의 태동이었던 셈이다.

21세기로 접어들어 대한민국 국민들의 식생활에 큰 변화를 줄 ‘제2의 권리장전’이 나왔다. 농협이 주도해 선언한 ‘食農(식농)권리장전’이 그것이다.

우리의 땅에서 나오는 농산물의 생산자와 소비자, 소비자와 생산자의 의무와 책임을 규정한 ‘식농권리장전’은 건강한 삶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비자는 행복한 삶을 위해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먹을 권리가 있다. 소비자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올바른 식생활로 가족의 건강을 증진시킬 책임을 지닌다.(이하 중략) 농업인은 소중한 생명산업의 종사자로서 그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 농업인은 소비자가 믿고 찾는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할 책임을 지닌다.(이하 생략)’

식농권리장전의 일부 내용이다. 이는 우리 농산물을 통한 식생활 개선과 건강 향상이라는 대국민 생활개선 캠페인으로 ‘식(食)사랑농(農)사랑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 국민 모두 건강한 삶을 위해


‘식농권리장전’은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생산자를 추구한다. 과거 우리 땅에서 나오는 농산물이 우리 몸에 좋다는 ‘신토불이(身土不二)’ 운동, 도시와 농촌이 다르지 않고 상생해야 한다는 ‘농도불이(農都不二)’ 운동이 규범적이라면 이번 식농권리장전은 적극적이고도 실천적이다. 우리 농업의 소중한 가치를 증진시키고, 운동 참여 주체를 소비자 중심으로 확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셈이다.

식농권리장전은 지난해 9월 6일 농협 창립 50주년을 맞아 선포됐다. 전국 조합장과 농업인 4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국 농업인 한마음 전진대회에서다.

이런 변화는 과거의 일방적인 운동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 농협은 1965년 ‘새농민운동’을 시작으로, 1989년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자는 ‘신토불이운동’, 1995년에는 ‘농도불이운동’을 통해 농업·농촌 문제의 해결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 ‘도시는 농촌을 도와야 한다’는 일방 통행성 캠페인이어서 지속적인 확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 따라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건강한 먹을거리를 통한 건강 증진, 농촌 활력화를 새로운 전략으로 내세웠다.

김진국 농협중앙회 농촌지원부장은 “식농권리장전은 ‘무엇을 먹느냐가 생존과 직결된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며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농업, 자자손손 아름다운 농촌, 그리고 건강한 삶이 추구하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25일에는 서울광장에서 농협중앙회 주관으로 ‘食(식)사랑農(농)사랑 대국민 프러포즈’ 행사가 열렸다. 바람직한 식생활로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고 우리 농업의 소중한 가치를 알리기 위한 범국민운동인 ‘食사랑農사랑운동’에 사회 각계각층의 동참을 호소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는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바람직한 식생활로 선도하기 위해 개발된 ‘제철 농산물로 만든 국민건강식단’이 선보이기도 했다.


○ 食의 가치 누리고, 農의 가치 깨닫고

농협은 이 운동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선 우리 농산물을 기반으로 한 식생활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방향이다. 권기수 농협중앙회 식사랑농사랑추진단장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원재료에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가공식품,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유전자 조작 식품, 농약과 화학비료로 키워진 과일과 채소 등이 우리 밥상을 위협한 지 오래”라며 “건강한 먹을거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즉 현대인이 당뇨, 고혈압, 지방간, 고지혈증 같은 각종 생활습관병과 암 등에 시달리는 게 잘못된 식습관에 있다고 보고 참된 먹을거리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우리 식탁에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해주는 농촌으로 관심이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식(食)과 농(農)이 다르지 않다는 ‘食農不二(식농불이)’ 운동인 셈이다. 이를 위해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펼치는 사업은 ‘식교육 전문농장’이다. 식교육 전문농장은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농사와 식문화 체험교육을 통해 농작물이 음식이 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진다. 또 전문농장에선 계절별 건강식단을 활용한 요리교실을 운영하는 한편 학교 교과과정과 연계한 식생활 교육이 이뤄진다. 농협은 기존의 팜스테이 마을을 활용해 이 같은 식교육 전문농장을 전국에 올해에만 20개소를 지정할 계획이다.

향토음식 마을도 조성된다. 김장김치, 장 담그기 등 전통음식 체험행사를 하고 체험행사 후 도시민에게 장독을 분양하는 마을도 만들어진다. 지역 식자재와 전통 요리법을 활용한 향토음식 100선을 선정하는 한편 진정한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는 ‘농가맛집마을’도 육성된다. 이와 함께 도시 소비자와 농가 간 직거래를 통한 먹을거리 공동구매와 함께 소비자단체 회원, 도시농협 고객 및 농가 간 교류를 통해 농산물 구매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김미리 사단법인 식생활교육대전네크워크 상임대표(충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농협의 이번 운동은 건강과 음식, 우리 농산물 간의 관계에 대한 재발견을 통해 국민 식생활이 개선되고, 더불어 우리 농업의 중요성을 깨달아 우리 농산물 애호로 이어지도록 하자는 게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로 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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