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잡초 뽑은 놀이공원 찾은 최룡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3일 09시 24분


코멘트

현지시찰 4번째 공개로 `핵심실세' 위상 과시

'빨치산' 최현의 아들로 최근 고속승진 가도를 달려온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2일 평양 만경대유희장 리모델링 현장을 시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총정치국장은 공사 중에 있는 유희장과 물놀이장을 돌아보면서 개건(리모델링) 정형에 대해 요해(파악)하고 군인 건설자들의 노력적 성과를 고무했다"며 "최고사령관(김정은)의 숭고한 인민관을 심장에 새기고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결사관철하기 위한 대책이 강구됐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최룡해의 건설현장 단독 시찰 소식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달 24일 최룡해가 군인들이 건설을 맡은 김형직사범대학 개건보수 공사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한 이후 북한 매체는 최룡해가 능라도 호안공사장(5월4일)과 평양민속공원 건설현장(5월15일)을 시찰한 소식을 잇달아 전했다.

그동안 북한 매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등 수령의 현지지도 소식을 자세히 전하고 수령 외에는 최영림 내각총리의 경제현장 시찰 소식 정도만 간략히 다뤄왔다.

이런 점에서 최룡해의 건설현장 시찰 보도는 이례적이다.

이는 최근 김정은 체제에서 최고 실세로 급부상한 최룡해의 권력과 위상을 잘 보여준다.

1950년생인 최룡해는 김일성 주석과 항일 빨치산 활동을 했던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차남으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1998년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1비서 재직 당시 비리사건에 연루돼 평양시 상하수도관리소 당 비서로 밀려났다가 2003년 8월 당 총무부 부부장으로 복권됐다.

장성택이 2004년 초 '분파행위' 혐의로 업무 정지될 때도 함께 공직에서 밀려났다가 이후 재기한 장성택에 의해 2006년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로 부활한 바 있다.

2010년 9월 김정은, 김경희 등과 함께 대장 칭호를 받은 최룡해는 그해 열린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당 비서(근로단체 담당), 당 중앙군사위 위원, 당 정치국 후보위원, 당 중앙위원에 임명됐다.

최룡해는 올해 4월 초 인민군 차수 칭호를 받고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데이어 같은 달 11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라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상을 과시했다.

22일 최룡해가 시찰한 만경대유희장은 2주 전 김 1위원장이 현지지도 하면서 간부들을 심하게 질책한 곳이다.

9일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 북한 매체들은 김 1위원장의 유희장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김 1위원장이 유희장 구내 잡초를 직접 뽑으며 유희장 관리 간부들을 엄하게 질책한 내용을 이례적으로 일제히 공개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유희장 구내의 보도블록 사이로 잡풀이 돋아난 것을 본 김정은 동지는 한 포기, 한 포기 몸소 풀을 뽑으시며 설비갱신 같은 것은 몰라도 사람의 손이 있으면서 잡풀이야 왜 뽑지 못하는가, 유희장이 이렇게 한심할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등잔불 밑이 어둡다는 말이 바로 이런 곳을 두고 하는 소리라고 격하신 어조로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가 최고지도자의 현장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현장에서 간부들을 질책한내용을 이처럼 상세히 전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유희장 상태가 한심하다고 질책과 질타를 이어가던 김 1위원장은 유희장 운영을 중지하고 군인 건설역량을 파견해 유희장을 리모델링하라고 최룡해에게 직접 지시했다.

최룡해가 만경대유희장 개건 현장을 찾아 김 1위원장의 명령을 '결사관철하라'고 강조한 것은 북한 고위간부들에게 최고지도자의 명령·지시에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