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가 보는 총선]<2>소설가 안정효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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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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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보이스피싱’ 이젠 그만!

그만큼 실패했으면 이제 더는 민주주의 실험을 하지 않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승만 정권은 헌법이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했음에도 15년 동안 조선시대 왕권 통치를 그대로 답습했다. 민주주의가 서툴렀던 그들은 임금님과 신하들의 집단이 사조직처럼 기능하며 19세기 식으로 국민을 통치했다.

조폭은 세력을 확장하여 일단 장악한 지역의 이권을 논공행상의 크기에 따라 배분하는 원칙을 섬긴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외딴 시골 우체국장 한 사람만 상징적으로 남기고 몽땅 갈아치운다’는 우리 정치의 인사행정은 조폭과 다르지 않다. 의사당에서 보여주는 행태 또한 영락없는 조폭이다.

진보가 밀려나고 다시 보수정권이 들어서도 똑같다. 종교계까지 정치집단에 붙어 다닌다. 자신만을 위한 독선을 국민이 감동할 만한 웅변이라고 착각하는 통치 집단은 국민을 괴롭힌다.

쿠데타로 집권한 제3공화국은 ‘한국식 민주주의’라는 희한한 신조어를 만들어 군사독재식 ‘민주주의’를 했다. 제5공화국은 노골적인 독재를 했다. ‘민주화’ 이후에도 좌파 집단이 일방적인 통치를 했을지언정 진정한 민주주의는 못했다.

노무현 정권의 등장은 민주주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왜곡시켰다. 노무현 후보의 승리가 확정되던 날 아침에 필자는 ‘낚시춘추’ 잡지의 김 전무와 낚시를 떠났는데, 그날 김 전무의 말이 생생하다.

“이건 선거가 아니라 컴퓨터 게임 같아요.”

이제는 최첨단 기계로 소수 집단이 재빨리 손가락을 놀려 대중을 선동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폭로하고 심판해서 한 방에 보내버린다’는 선동 철학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고 국가경영체제를 결정하는 행태는 건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꼼수’가 정론을 지배하는 풍토에서는 증오와 갈등이라는 신종 정신적 풍토병이 만연한다.

이번 선거에서 부동층이 46%라고 한다. 절반의 국민이 지도자로서 원하는 인물이 없다는 뜻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군사독재자였던 박정희이고, “차라리 전두환 시절이 좋았다”는 말이 나도는 현실은 국민이 시끄러운 민주주의에 얼마나 실망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어쩌다 우리는 독재자들을 민주투사보다 좋아하는 국민이 됐을까?

정치꾼들의 정치의식이 시민보다 훨씬 못해 선거 때마다 국민이 정권을 주었다 뺏었다 해가면서 정치권을 훈련시키는데도, 정치권은 그런 현실조차 자각하지 못한다. 정권을 잡아 장사를 벌이려는 광대 정치꾼들이 자기들끼리만 신나게 난장을 벌이며, 정치적 ‘보이스 피싱’은 오늘도 극성을 부린다. 정치인이나 정치가는 별로 없고 장사치 정치꾼만 우글거린다.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민주주의를 한답시고 국민은 피곤해서 지쳐간다. 대한민국은 아마도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나 권리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소설가 안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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