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내달 광명성3호 로켓 발사”]동창리기지는 한미 감시-요격 어려워 ‘미사일 도박’에 최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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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첨단 시스템 갖춘 동창리 기지서 첫 발사

북한은 16일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발사 장소를 평안북도 철산군의 ‘서해위성발사장’이라고 공개했다. 이는 그동안 알려진 동창리 장거리미사일 발사 기지를 의미한다.

동창리 기지는 동해안 쪽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의 낡은 장거리미사일 기지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 미사일을 발사한 전례가 없다. 북한은 2009년 6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대포동 2호급 장거리미사일을 평양 인근 산음동 병기공장에서 동창리 기지로 옮겼지만 실제 쏘아 올리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장거리미사일의 기술적 결함이 해결되지 않았거나 동창리 기지의 발사 체제가 완벽하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이 발사 장소까지 ‘콕 찍어’ 발표한 것은 동창리 기지가 완벽한 발사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2001년부터 건설한 동창리 기지는 군사 기술적 측면에서 핵탄두를 탑재한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동창리 기지는 영변 핵시설 단지에서 70여 km, 평양 인근의 미사일 제작공장에서 200여 km 떨어져 있어 핵탄두와 장거리미사일을 운반하고 조립하는 데 하루 정도면 충분하다. 기존 무수단리 기지는 평양에서 군용열차로 미사일을 운반하는 데만 4, 5일이 걸렸다.

10층 높이의 발사대와 지지대, 엔진연소 시험동, 지상관제소 등으로 이뤄진 동창리 기지는 규모면에서 무수단리 기지보다 3배가량 크고 시설도 대폭 현대화됐다. 특히 미사일 발사준비의 핵심 단계인 액체연료 주입 과정이 지하시설에서 전자동으로 이뤄져 미국 첩보위성의 ‘밀착 감시’를 피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시설이 자동화돼 짧은 시간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췄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 수뇌부의 의도에 따라 기습적인 미사일 도발이 무수단리 기지보다 훨씬 용이하다”고 말했다.

또 동창리 기지에서 각도를 조절해 발사하면 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거치지 않고 한국과 중국의 영해 사이를 거쳐 태평양의 미군기지가 있는 괌 방향 쪽으로 날아갈 수 있다. 미사일의 추진체나 파편이 중국이나 일본 연안에 떨어질 확률도 낮아 주변국을 건드리지 않고 ‘미사일 도박’을 벌이기엔 그만큼 용이하다.

동창리 기지는 북한과 중국의 국경인 압록강 하구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80여 km 떨어져 있어 유사시 한미 군 당국의 군사적 대응도 쉽지 않다. 한미 군 전력이 정밀타격하거나 공중폭격을 시도할 경우 중국이 강력히 반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요격당할 위험도 적다. 무수단리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이륙 초기 고도가 낮아 동해에서 미국이나 일본 이지스함이 쏜 SM-3 미사일에 요격될 가능성이 높지만 동창리 기지에서 발사하면 북한 상공을 지나는 동안 고도가 높아져 요격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이 이날 발사체라고 주장한 로켓 ‘은하 3호’는 200kg 정도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은하 3호’는 과거에 발사한 3단 추진체로 구성된 대포동급으로 추정된다”면서도 “발사체 성능은 여러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져 정확히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극궤도 위성’이라고 밝힌 광명성 3호는 저궤도 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개 저궤도 위성은 600∼800km 상공에서 지구 궤도를 하루 10여 차례씩 돌면서 지구와 우주 관측, 통신 중계 등을 담당한다. 한국의 다목적 실용위성도 약 685km 고도에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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