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 D-14]53개국 정상 ‘핵안보 11개 행동계획’ 서울선언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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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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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워싱턴 회의와 다른 점

우크라이나는 2010년 제1차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독차지했다. 자국 내 모든 고농축우라늄(HEU)을 제거하겠다는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악몽을 경험했던 우크라이나는 1990년대 옛 소련 붕괴 이후 자국에 남아 있던 핵무기를 포기했다. 당시 핵탄두 5000여 기를 처분했지만 실험용원자로 등에 비축된 HEU까지 제거하지는 못한 상태였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말까지 HEU 107kg과 핵폐기물 56kg을 러시아로 돌려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그 이행 작업을 하고 있다.

그 후 2년,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이런 ‘하우스 기프트(house gift)’라고 불리는 국가별 공약이 얼마나 이행됐는지 점검한다. 워싱턴 정상회의 이후 현재까지 7개국이 모두 400kg에 이르는 HEU 반환을 약속했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국가별 공약을 내놓는 국가는 30개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1위의 우라늄 수출국인 카자흐스탄은 연구용원자로에서 사용하는 HEU를 저농축우라늄(LEU)으로 전환하기로 했고,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유사한 공약을 내놓았다. 인도와 핵개발 경쟁을 벌이는 파키스탄도 민수용 핵물질 감축을 공약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 아닌 파키스탄과 인도, 이스라엘 같은 나라들을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시켜 이런 논의에 동참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말했다.

워싱턴 정상회의는 각국 정상이 처음으로 모여 핵안보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한 협력 의사를 밝혔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뒀다. 하지만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11개로 세분화한 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실질적인 내용들이 논의된다.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1차 때는 각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어쩔 수 없이 공약을 내놓았다면 2차 때는 그야말로 각국이 자발적인 핵감축 의지를 내놓는 게 차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HEU 처리를 지원하는 정책 시스템을 통해 반환을 공약한 국가들을 지원한다. 대표적인 것이 ‘글로벌위협감축구상(GTRI)’. 미국 핵안보청이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은 2004년 발족된 이후 전 세계에 흩어진 핵물질을 회수해 제거하거나 민수용 LEU로 전환하는 데 사용돼 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워싱턴 정상회의 이후 GTRI의 예산을 2010년 3억330만 달러, 2011년 4억3600만 달러에서 올해 5억 달러로 매년 크게 늘려왔다.

나아가 서울 정상회의는 워싱턴에서는 다루지 않던 핵안전을 의제로 다룬다. 이는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핵안전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면서 한국이 적극 제안한 결과다. 핵안전 문제는 테러리스트의 의도적인 핵테러가 아닌 자연재해나 기술적 결함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는 핵안보와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일단 사고가 나면 피해 규모와 양상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두 사안을 연계해 대응방안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HEU나 플루토늄 같은 핵분열물질 외에 방사성물질을 이용한 ‘방사능테러’가 주요 의제로 논의되는 것도 워싱턴 때와는 다르다. 워싱턴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넘어갔던 부분이다. 일반 병원이나 산업체에서 널리 쓰이는 세슘 같은 방사성물질을 폭발물에 결합한 ‘더티 봄(dirty bomb)’이 대표적이다. IAEA에는 해마다 200건 이상의 방사성물질 도난사례가 보고돼 이것이 테러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더티 봄(dirty bomb) ::


다이너마이트 같은 재래식 폭발물에 방사성물질을 결합해 만든 장치. 핵분열 물질(우라늄 플루토늄)로 만드는 핵폭탄과 달리 일반 병원이나 산업시설에서 쓰는 방사성물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제조하기가 훨씬 쉽다. 이미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집단은 더티 밤을 제조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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