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선출]모바일 투표의 힘… 첫 정치실험 성과와 한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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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가른 모바일 선거인단… ‘엄지 권력’ 제1야당 점령하다

1·15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의 운명을 가른 것은 한국 정당 지도부 경선 사상 최대 규모인 당원·시민선거인단(76만여 명 가운데 51만여 명 투표)의 표심이었다. 특히 승부처는 시민선거인단의 모바일 투표였다.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에서 6위를 차지한 박영선 후보는 모바일 투표에서 높은 순위를 받아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대의원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한 박지원 최고위원은 모바일 투표 때문에 4위로 주저앉았다. 한명숙 신임 대표는 전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날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순위가 40세 이상 모바일 투표자의 투표 순위와 일치한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김부겸 후보는 39세 이하 모바일 투표에선 YMCA 사무총장 출신 이학영 후보에게 뒤졌지만 한 표가 시민선거인단 15표의 효력을 갖는 대의원 현장투표로 막판에 이 후보를 눌렀다.

이번 경선은 대의원(2만1124명) 투표 30%와 당원·시민선거인단(76만5719명) 70%를 반영해 치러졌다. 선거인단에 신청한 시민은 63만7719명으로 당비를 내는 당원 12만8000명의 약 5배에 이르렀다. 당원·시민선거인단 투표 참여자(51만3214명)의 93.2%(47만8385명)가 모바일을 통해 투표했다.

당내 경선 사상 최초로 도입된 모바일 투표는 민심과 당심의 차이를 좁히려는 혁신적 정치실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1만∼2만 명의 당원이 체육관에 모여 투표하던 것과는 다른 쌍방향 소통의 새로운 정치행위라는 것이다.

우려도 적지 않다. 이강래 의원은 이날 전대 연설에서 “스마트폰이 없는 서민과 노인은 모바일 투표에서 소외됐다”고 꼬집었다. YMCA와 한국노총, 정봉주 전 의원의 팬클럽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문성근 후보가 이끄는 국민의명령 등 특정 세력이 모바일 투표에 대거 참여하면서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다. 전대 과정에서 결성된 ‘나와라 정봉주 국민본부’ 대표를 맡은 한 대표는 이날 대표로 확정된 뒤 ‘미권스’의 초청으로 뒤풀이를 갖기도 했다.

민주당은 4월 총선 공천에서도 모바일 투표를 통한 시민참여경선을 도입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오류 발생을 막는 게 관건이다. 이번 모바일 투표 초기에도 기술적 오류가 드러나 ‘투표 중단’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당권 주자들은 이날 마지막 경선 연설에서 하나같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지, 재벌개혁, 검찰개혁 등 ‘좌(左) 클릭’ 정책을 약속했다. 저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맞설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내가 독재와 싸우며 감옥에 있을 때 박근혜는 청와대에 있었고 내가 99%와 함께 있을 때 박근혜는 1%의 부자 증세에도 반대했다”고 비판했다. 박영선 후보는 “특권층을 대변하는 ‘여왕 정치인’ 박근혜에게 디도스 특검법을 왜 반대하는지, 친박(친박근혜)의 돈봉투 의혹은 무엇인지, 박 대(對) 박 공개토론을 요청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에서도 논란이 일었던 돈봉투 파문의 여파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대의원 2만1124명 중 1만2759명이 참여해 대의원 투표율은 60.4%로 집계됐다. 과거 대의원 투표율(70∼80%)보다 약간 낮아진 수치. 돈봉투 파문 진원지로 지목됐던 영남 지역 대의원들은 “(돈봉투 소문에) 자존심 상해 자비를 들여 상경했다”고 말했다.

이날 전대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최문순 강원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권영세 한나라당 사무총장,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주한 미국·중국·일본대사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축하 화환을 보냈다. 2010년 10·3 민주당 전대 때 화환을 보냈던 이명박 대통령의 화환은 눈에 띄지 않았다.

고양=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공현정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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