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세 보육료 막판 추가… 해외자원개발 예산 깎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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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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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서 바뀐 예산 따져보니

국회가 확정한 올해 정부예산은 ‘복지 증액, 국방 및 사회간접자본(SOC) 감액’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치권은 내년 선거를 대비한 민생 예산이라고 자화자찬하지만 속을 조금만 뜯어보면 곳곳에서 허점을 찾을 수 있다. 졸속으로 처리하다 보니 재정규율은 사라지고 정치적 판단에 따라 예산이 깎이고 보태졌다.

보육 분야가 대표적이다. 당초 정부는 재정 부담을 천천히 늘려간다는 원칙 아래 올해 만 5세 아동부터 2015년까지 차차 무상보육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치권 압박에 밀려 0∼2세 전 계층 무상보육이 막판에 추가됐다. 결과적으로 논리적 근거 없이 0∼2세와 3, 4세가 차별받는 상황에 처했다.

또 시설에 아이를 맡기지 않는 부모에게 지급되는 양육수당은 종전대로 차상위계층에만 지급하기로 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아이를 맡기면 나랏돈을 받지만 직장 없이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 아무런 혜택이 없다. 졸지에 3, 4세 아동 부모와 외벌이로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노인 분야는 당리당략에 따라 예산이 오락가락했다. 당초 한나라당은 시니어 세대 표를 노려 기초노령연금 24% 인상과 경로당 난방비·쌀값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20, 30대 젊은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생색이 나는 경로당 난방비만 남겨둔 채 기초노령연금 인상분(약 5800억 원)을 0∼2세 전 계층 무상보육(3800억 원)으로 사실상 ‘전용’했다. 기초노령연금, 0∼2세 무상보육, 경로당 난방비 모두 정부 계획엔 없던 내용들이다.

취업지원 예산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실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박근혜 예산’이란 이유로 살아남았다. 감액도 정치적 계산에 휘둘렸다.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은 4대강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해외자원개발 예산은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연관된 ‘형님 예산’이란 딱지가 붙어 삭감됐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차피 예산이 정부 원안대로 확정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여야가 제기한 의견 중 귀담아들을 만한 사업과 정책들은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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