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硏 김태우 원장 “北 천안함-연평도 사과 없어도 금강산 관광 재개 협상 나서야”

  • Array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MB정부 싱크탱크 통일硏 김태우 원장
대북정책 변화 관련 주목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사과하지 않더라도 남한 정부가 금강산관광 재개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고 김태우 통일연구원장(사진)이 주장했다.

통일연구원은 국무총리 산하 국책연구기관으로 정부 통일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장인 통일연구원장이 그동안 이명박 정부 내에서 금기시돼온 ‘천안함, 연평도 사과 없는 대북 유화조치’를 직접 언급한 것은 북한 ‘김정은 시대’를 맞아 현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사와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신년사에 천안함, 연평도 사과를 거론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1일 통일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린 ‘포스트 김정일 시대 전망과 국민의 자세’라는 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북한 상황을 “상처 입은 맹수가 위기를 느끼고 잔뜩 웅크린 상태와 유사하다”고 비유했다. 김 위원장 사후 북측이 잇따라 대남 강경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은 ‘수세적 허세’라고 평가했다. 실질적으로 남측을 위협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북한 지도부가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수사(修辭)일 뿐이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도발의 최종 책임자였던 김 위원장이 사라진 데다 북한 역시 기로를 맞이했기 때문에 북한 신(新)지도부가 쏟아내는 험구(險口)에 개의치 않고 더 많은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관계 개선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북한이 성의로 화답한다면 남북교류나 대북지원에 비대칭적 관용과 포용을 발휘하는 것이 한국의 당연한 다음 수순”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금강산관광과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제시했다. 김 원장은 “금강산관광의 재개를 위해 정부는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에 대한) 합동조사, 천안함 연평도 사과,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등을 요구해 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신변안전 보장 이외의 요구조건을 철회하고 재협상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6자회담에 대해서도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인식을 가지고 유연한 자세로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다만 김 원장은 지금까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지금까지의 남북 경색은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이므로 유화적인 대북정책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는데, 이는 무책임한 논리”라며 “북한이 저질러온 만행에 면죄부를 주면서 내 정부만을 탓하는 것은 미래 남북관계 주도권을 포기하는 자학(自虐) 논리”라고 꼬집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