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국회’ 오명 씻기… 디도스가 첫 사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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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7일 꺼내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구상은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일반 국민과 달라선 안 된다”는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현재 누구라도 법원이 발부한 체포 영장을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헌법 44조 1항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 결과 1992년 출범한 14대 국회 이후 30건 안팎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거나 자동 폐기됐고, 그때마다 소집된 임시국회는 ‘방탄 국회’라는 오점을 남겼다.

비대위는 의원총회를 통해 불체포특권 포기를 당론으로 결정짓겠다는 생각이다. 의총 결정이 헌법상 권리를 제약할 수 없는 만큼 법률적 구속력은 없더라도 ‘해당 의원’이 정치적 부담을 느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헌법을 제약하자는 게 아니라 한나라당이 스스로 결의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검찰이 28일 내놓을 디도스 사건 수사 결과가 첫 적용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혹시라도 검찰이 한나라당의 특정 정치인 이름을 거론하고 당사자가 혐의를 부인하더라도 당이 방패막이 역할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튼 한나라당은 앞으로 당 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더라도 당론으로 반대표를 던지기 어려워졌다.

한나라당은 “장기적으로는 (민주당 등 야당을 포함하는) 국회로 확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불체포특권이 헌법 조항이라고 해서 개헌 논의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대한변협이 과거 대안으로 제시한 것처럼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뒤 일주일까지 처리하지 못하면 국회가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식의 국회법 개정이 시도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앞으로 국회의원들의 각종 특권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헌법상 면책특권이다. 그동안 국회에서 진행된 무책임한 폭로전을 가능하게 한 이 조항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정치문화 선진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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