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만든 규정, 박근혜 위해 개정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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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대표 “당권-대권 분리 당헌 고치자” 제안
朴, 2005년 당대표때 신설… 선뜻 개정 찬성할지 의문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8일 당 쇄신 방안의 하나로 ‘당헌 개정’을 내놓았다. 당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내년 총선부터 당의 전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당헌을 개정한다고 해서 곧바로 대선주자들이 당권을 놓고 경쟁하는 ‘빅 매치’가 벌어질지는 미지수다.

홍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지난달 김학송 의원에게 전국위원회 위원장을 맡길 때부터 당헌 개정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헌은 전국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전당대회에서 최종 개정된다.

홍 대표가 개정하겠다는 당헌은 92조 2항이다. 이 규정에 따라 대선 경선에 출마하려면 대통령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선출직 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자연히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당의 간판주자들은 올해부터 당권과 거리를 둬야 했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가 ‘마이너리그’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헌 개정은 무엇보다 박 전 대표를 당의 전면에 세우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이재오 전 특임장관, 정몽준 전 대표 등 다른 주자들이 가세한다면 전당대회를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흥행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문제는 박 전 대표가 과연 당헌 개정에 동의할지 여부다. ‘대권-당권 분리 규정’은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인 2005년 11월 만들어졌다. ‘제왕적 총재’의 등장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올해 7·4전대를 앞두고 당헌 개정 논란이 벌어졌을 때 박 전 대표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아무리 상황이 바뀌었다지만 박 전 대표가 당헌 개정에 찬성하기 힘든 이유다. 반면 7·4전대 당시 김 경기도지사와 정 전 대표는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설령 당헌이 개정되더라도 박 전 대표가 전대에 선뜻 뛰어들지도 의문이다. 현 제도하에서는 투표 결과 1위가 당 대표를, 2∼5위가 최고위원을 맡는다. 박 전 대표의 핵심측근은 “대선주자들이 모두 당 지도부가 된다면 사사건건 서로의 발목을 잡을 텐데 그것이 쇄신이냐”고 반문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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