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임기채운 軍수뇌, 13년간 38명중 13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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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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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참의장-참모총장-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인사 분석


최근 단행된 군 수뇌부 인사에 따라 한민구 합참의장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정승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임명된 지 2년도 되지 않아 교체됐다.

현행 군 인사법에는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은 2년의 임기가 보장되고, 다른 대장급 수뇌부도 이 원칙을 적용받아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실제 임기를 채운 경우는 많지 않다.

과거부터 군 수뇌부의 단명(短命)은 한국군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된 병폐로 지적돼 왔다. 군 수뇌부의 잦은 교체는 지휘권의 안정적 보장과 정치적 중립을 해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명박 정부도 출범 직후부터 ‘군 수뇌부 임기 보장론’이 힘을 얻었지만 이 정부에서도 2년 임기를 마친 군 수뇌는 12명 중 2명뿐이다.

실제로 1999년 이후 합참의장과 각 군 총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군 수뇌부 38명 가운데 임기 2년을 채운 경우는 13명(34.2%)에 불과하다. 특히 군 수뇌 6명(15.7%)은 임명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교체됐고, 이 중에는 ‘6개월짜리 총장’ ‘9개월짜리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10개월짜리 합참의장’이 포함돼 있다. 군 수뇌부가 업무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옷을 벗는 셈이다.

평균 재임기간으로 보면 해군총장이 1년 9개월로 가장 길었다. 다음이 공군총장(1년 7개월), 합참의장(1년 6개월), 육군총장(1년 5개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1년 4개월) 순으로 나타났다. 한미동맹의 요체인 한미연합사령부의 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과 호흡을 맞춰 한미 지휘부의 가교 역할을 하고 유사시 전쟁준비계획 등을 수립해야 하는 군 수뇌가 가장 자주 교체된 셈이다.

실제로 2002년 이후 리언 러포트, 버웰 벨, 월터 샤프 등 한미연합사령관 3명은 재임하는 동안 적게는 3명, 많게는 4명의 한국군 부사령관을 상대해야 했다. 한미연합사 고위 관계자는 “역대 사령관들의 주된 고민 가운데 하나가 부사령관 등 한국군 수뇌부의 잦은 교체였다”며 “한 사령관은 ‘가공할 재래식전력과 핵무기까지 보유한 적을 코앞에 두고 이렇게 수뇌부를 자주 바꾸면 어떻게 함께 전쟁을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한국군 수뇌부의 잦은 교체는 미군 수뇌부와 비교하면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2002년 이후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3명의 재임기간은 짧게는 2년 4개월, 길게는 3년 9개월로 평균 3년을 유지했다.

미국 합참의장들도 2001년 이후 최소 2년 이상의 임기를 채웠다. 리처드 마이어스 의장(공군 대장)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4년(1차례 연임), 피터 페이스 의장(해병대 대장)은 2년, 마이클 멀린 의장(해군 대장)은 4년을 근무했다.

이와는 달리 한국군 수뇌부의 잦은 교체가 관행화된 주요 이유는 1990년대 초 군사정권에서 문민정권으로 교체된 이래 군 수뇌부 인사가 주로 출신 지역과 기수 안배를 고려해 정치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군내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기강해이 논란이 빚어지면서 수뇌부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거나 경질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군 통수권 차원에서 기강을 확립하고 분위기 일신을 위한 수뇌부 교체는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원칙 없이 남용돼선 곤란하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군 수뇌부의 잦은 교체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군 당국이 추진해온 육해공 합동성 강화를 저해하고 전쟁수행능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군 고위 관계자는 “출신 지역과 기수를 따지는 지금의 군 수뇌부 인사 시스템을 재고할 때가 됐다고 본다”며 “이런 인사제도에선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독자적으로 전쟁을 주도할 군사전략가나 한국군을 발전시킬 인재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장급 군 수뇌부는 기수와 출신 지역을 배제하고 능력과 실력에 따라 발탁해 최소 3년의 임기를 보장해주는 인사시스템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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