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되고 싶다면?… 전직 靑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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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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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술집 만들지말라… 소문 만드는 공장이므로몽당연필 재활용하라… 검소-청렴 이미지 생길것박재홍씨 ‘…자기관리법’ 펴내

“사무실에 있는 이면지나 몽당연필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습관을 가지라.”

청와대 민정2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선임행정관을 지내며 공직자 약 1000명을 인사 검증한 박재홍 한국공항공사 상임감사위원(사진)이 최근 펴낸 ‘공직의 길-정상의 공직자로 안내하는 자기관리법’(유원북스)에서 고위직을 준비하는 공직자들에게 던지는 조언이다.

이런 습관이 인사 검증과 청문회를 통과하는 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박 위원은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 그 공직자가 검소하고 청렴하다는 이미지가 생길 것이고 인사청문회나 인사 검증에서 다른 단점을 덮는 인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 위원은 “다른 생활이 검소하지 못하면 이중적인 인간으로 평가받기 쉽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병역 기피, 논문 표절…. 고위 공직자로 내정된 후보자들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는 주요 이유다. 국민의 잣대가 높아진 지금 도덕성 해이는 치명적이다. 박 위원은 이 원인을 자기 관리의 부재에서 찾았다. 그는 신상, 납세와 재산, 주변 관리부터 인사 검증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위한 실무적 조언까지 담았다. 하지만 검증 통과를 위해선 작위(作爲)나 편법도 불사하라는 조언 방식은 거슬린다.

박 위원은 “공직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은 감동적인 일을 하자”고 말한다. 박봉이지만 정기적으로 자선사업을 하거나 자신에게 승진 기회가 왔을 때 선배에게 양보하는 것도 이미지 관리의 좋은 방법이다. 가능한 한 적을 만들지 말고 부하 직원도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만 챙기지 말라고 조언한다. 소외받고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 언젠가 자신의 앞길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게 박 위원의 경고다.

아울러 단골 술집은 ‘소문을 만들어내는 공장’이기 때문에 고위 공직자는 단골 술집을 만들지 말라고 권한다. 음주운전을 해선 안 되지만 하더라도 신분을 속이면 인사검증 과정에서 더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분만은 절대 속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또 이혼을 하더라도 ‘손가락질 받는 이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이 어떤 공직 후보자의 검증을 진행할 때 후보자의 전 장인이 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사위의 잘못을 장문의 편지로 보내 왔다고 한다. 그 내용이 사실인 것으로 판정돼 해당 공직자는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증여세는 법률 지식이 풍부한 사람도 어느 증여재산이 과세 대상인지 이해하지 못해 탈세 혐의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임야 구입도 공직자가 하지 말아야 할 행위다.

박 위원에 따르면 자기 관리가 충실하지 못했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세금을 미납했으면 관할 세무서에 찾아가 세금을 납부하면 된다. 그러나 시효가 지나 납부 의무가 소멸됐지만 체납 흔적이 남은 세금의 경우 “편법이지만 세무서에 자진해서 세금을 내겠다고 하면 소멸시효가 지났더라도 받아주고 체납 흔적이 사라진다”고 ‘편법적 해결책’도 내놓았다.

어쩌면 ‘꼼수’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을 제안한 것도 있다. 그는 “농지 매입과 관련한 위장전입에 대해 ‘뒤늦게 법을 위반한 것인 줄 알고 팔았다’고 답하면 어느 정도 고려는 될 것”이라거나 “교육 문제로 위장전입을 했을 때 ‘자녀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서’라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관대한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썼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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