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6년 과제]판결로 본 양승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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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관은 보수… “실체 변화 없다면 北은 반국가단체”
인권문제 진보… “종중 구성원 남자로 제한해선 안돼”

27일 취임하는 양승태 차기 대법원장은 6년간의 대법관 재직 시절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동아일보가 판결을 분석한 결과 그는 81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여했고 95.3%의 다수 의견을 냈다. 개별 쟁점별로도 193건 가운데 184건이 다수 의견이었다. 대부분 보수적 판결 성향을 보인 셈이다.

○ 대법관 시절 보수적 판결 성향

양 차기 대법원장이 한 판결 가운데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판결은 주로 집회 시위와 관련된 실정법 위반 사건들이었다. 그는 집회 도중 경찰버스를 파손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상대로 국가가 낸 소송에서 집회 주최자의 책임 비율을 60%로 제한했던 원심을 깨고 민주노총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시위 도중 지나친 확성기 사용은 공무집행방해죄의 요건인 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기업에 우호적인 판결 성향을 보였다는 주장도 있다. 그는 2009년 5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게 “기존 주주가 불이익을 보는 것일 뿐 회사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며 무죄 취지의 별개 의견을 냈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 판결이 거론되자 그는 “당시 ‘전환사채 발행업무를 처리한 이사회가 회사에 대해 배임을 한 것이냐’가 쟁점이었을 뿐 편법 경영승계는 판단 사항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양 차기 대법원장의 대북관은 기본적으로 “북한은 반국가단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7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판단했다. 그는 당시 “북한의 실체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대법원 판례는 적절하다”고 밝혔다.

○ 인권 문제에는 진보적 판결

그는 인권 문제와 관련한 재판에서는 유연한 판결을 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북부지원장 재직 시절인 2001년 호주제에 대해 ‘남녀의 성(性)에 따른 차별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2005년에서는 ‘종중(宗中)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로 제한한 종래 관습법은 효력이 없다’며 여성에게도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인정했다. 2006년 6월에는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가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되자 일각에서는 ‘사법부의 보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본인은 보수적이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판결 전문가들도 “대법원 판결이 대법원장 교체로 인해 변하지는 않는다”며 “그가 발표할 사법부 운영 및 개혁안이 양승태 사법부의 성격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차기 대법원장 스스로도 ‘보수’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취임 직후부터 혁신적인 사법부 개혁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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