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무원단制 6년차… 말뿐인 고위관료 벽 허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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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채용 2% ‘바늘구멍’… 개방형-공모직 255명 경력 분석

관료 사회의 벽을 허물고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명분으로 지난 정권에서 도입된 고위공무원단제도가 시행 6년째를 맞아 ‘불량제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위공무원 인재풀을 외부에 개방하고 1, 2급 직급을 없애 능력에 따라 인사를 하겠다는 당초 취지는 퇴색한 가운데 필요한 인사가 늦춰지는 등 부작용만 낳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동아일보가 39개 정부기관 개방형·공모 직위 고위공무원 255명의 경력을 전수 조사해 분석한 결과, 이 중 71개 직위(27.8%)에만 해당 부처 이외의 외부 인사가 임명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방형은 민간인과 타 부처 공무원에, 공모 직위는 타 부처 공무원에 자리를 개방하는 제도다.

공모 직위는 89개 자리 중 17개만 다른 부처 공무원들이 차지했다. 개방형 직위 166개에는 민간 출신 31명, 다른 부처 출신 23명이 영입됐다. 민간 출신은 전문직이나 기업에서 온 사례가 10명, 언론계 5명, 정치인 1명, 연구원이나 학계 15명이었다. 고위공무원단이 1500여 명으로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전체 고위공무원 중 민간 출신은 약 2%에 그친다. 39개 정부기관 중 검찰청, 국민권익위원회,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법제처, 보훈처, 산림청, 식약청, 조달청 등 9곳은 개방형·공모 직위를 모두 내부 인사로 채웠다.

고위공무원단에 민간 출신이 적은 것은 공무원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직위에 적합한 사람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공무원들의 주장이지만 민간에 자리를 개방할 의지가 별로 없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재정부의 경우 2006년 9월 관세정책관 자리에 장근호 홍익대 국제경영학 교수가 임명된 이후 고위공무원에 외부 인사를 채용한 적이 없다.

능력에 따라 인사를 하겠다던 파격 인사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관리관, 이사관이라는 직급은 없어졌지만 ‘고위공무원-가’는 실장급(1급), ‘고위공무원-나’는 국장급(2급)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핵심 보직은 제외한 채 인기가 없거나 골치 아픈 자리만 개방형·공모 직위로 내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경호 국민대 교수(행정학)는 “개방형이나 공모 직위로 내놓을 자리 수를 톱-다운식으로 강제 할당하다 보니 제도의 본질을 훼손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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