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면 원장 “日의원들, 울릉도 갈 생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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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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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의원들, 타고온 비행기에 귀국석 예약”
영토문제 권위자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 인터뷰

영토문제 연구의 권위자인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이 1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동해 표기가 일본의 과거사 청산과 직결된다는 점을 서구 세계에 이해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영토문제 연구의 권위자인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이 1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동해 표기가 일본의 과거사 청산과 직결된다는 점을 서구 세계에 이해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83)은 이달 1일 낮 12시 40분 김포공항에서 일본으로 출발하는 전일본항공(ANA) 비행기에 탔다. 좌석이 다 찼다던 비행기에는 이상하게도 빈자리 5개가 나란히 있었다.

최 원장은 일본인 스튜어디스에게 물었다.

“저 자리는 뭐요?”

스튜어디스가 답했다.

“오늘 공항에 온 일본 자민당 의원들이 타고 돌아갈 자리입니다.”

최 원장이 탄 비행기는 공교롭게도 자민당 의원들이 울릉도에 가겠다며 타고 온 바로 그 비행기였다.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다. ‘그들은 일본을 떠날 때부터 타고 온 비행기로 바로 돌아갈 생각을 했던 것이다. 울릉도에 갈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출발 시간이 됐지만 막상 의원들은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 최 원장이 다시 물었다. 스튜어디스는 “김포공항과 일본을 오가는 ANA기가 하루 세 번 있어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의원들은 오후 4시 24분 떠나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 오후 8시 10분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돌아갔다.

최 원장은 영토 문제 연구의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독도 영유권 수호와 관련한 첫 국민훈장이었다. 그는 외출할 때 전동 휠체어를 타야 할 정도로 몸이 불편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 도서관을 뒤지며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그를 동해 표기와 독도 문제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 15일 광복절에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만났다.

―결국 우리가 일본 의원들의 정치 쇼에 놀아난 것인가.

“그날 일본에 도착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자민당 의원을 만났다. 그 의원은 ‘당이 그들에게 가라 하지 않았다, 그들은 개인적인 취미로 간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이 경솔했다. 이 시기에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자민당엔 그들이 선거를 앞두고 강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입국 쇼를) 선택했지만 잘못한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그런 만큼 한국 정치권의 대응도 그들의 ‘사적 방문’에 격을 맞춰야 했다. 한나라당이 나설 문제가 아니었다. 어른스럽지 못했다.”

―동해 표기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오늘도 방송에 ‘Sea of Korea(한국해)’라고 표기된 고지도가 독도기념관에 있는데, 왜 일본이 일본해라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잘 생각해야 한다. 중국 베이징에 온 서양 선교사들이 유럽 본국에 정보를 보내기 위해 아시아 지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베이징에서 지도를 그리다 보니 서해는 ‘Sea of China(중국해)’, 동해는 ‘Sea of Korea’, 태평양은 ‘Sea of Japan(일본해)’이라고 표기할 때가 많았다. 결국 고지도에 지명이 어떻게 표기돼 있는지는 지도가 제작된 역사적 배경의 일부일 뿐이다. 서구 박물관과 도서관에 어떤 표기의 고지도가 많은지 경쟁하는 것은 유치하고 우스운 일이다.”

―한국 정부는 국제수로기구(IHO)에서 동해-일본해 병기를 추진하고 있다.

“유엔 지명위원회는 양국이 지명 문제로 충돌했을 때 서로 주장하는 지명을 괄호로 병기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본과 협의해야 한다. 양측 주장이 계속 충돌하면 불행한 사태가 온다.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이 냉정히 연구할 분위기가 돼야 한다.”

―동해(한국해) 표기는 우리에게 절실한 문제다.

“그래서 전 세계에 동해 표기가 한국에 단순한 지명 문제가 아니라 역사 문제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일본이 한국의 주권을 강제로 박탈해 뜻하지 않은 지명 변화가 온 역사적 배경을 알리고 동해 표기에서 한국과 일본은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에 있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싱가포르는 일제 식민지 시절 이름이 소남(昭南)이었다. 독립한 뒤 싱가포르로 이름을 되찾았다. 동해도 마찬가지로 한 나라가 강권으로 무력으로 지배했을 때 빼앗겼던 이름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점을 서구 사람들이 알도록 해야 한다.”

최 원장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독도 해병대 주둔 주장에 대해 “경찰이 지키면 치안이고 군대가 지키면 분쟁”이라고 잘라 말했다. 군대가 가 있더라도 경찰로 바꾸는 게 한국 영토라는 점을 일본에 알리는 강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떠나는 기자에게 이렇게 일갈했다. “(정치권이 쏟아내는 말들을 보면) 한일강제병합이 생각난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자신들이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내뱉던 사람들 때문에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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