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8·15 경축사]마이너스 통장 쓰는 정부… 선심 복지 줄여야 ‘균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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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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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재정… 2013년까지 가능하다면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복지와 삶의 질 예산은 늘려 가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8·15 경축사에서 “임기가 끝나는 2013년까지 가능하다면 균형재정을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초 2014년이었던 정부의 균형재정 달성 목표가 사실상 1년 앞당겨졌다.

하지만 정부 내부에서조차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목표’라며 자신 없어 한다. 나라 경제를 살찌워 재정 수입을 늘리면서 지출을 줄여야만 가능한데 지금의 재정 여건은 오히려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내놓은 ‘2010∼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균형재정 달성(재정수지 흑자) 시기를 2014년으로 예상했다. 조건은 3가지. 2014년까지 매년 5%씩 경제성장을 이루고, 정부 총수입은 연평균 7.7% 증가하고(국세 수입은 연평균 9.1% 증가), 재정지출은 연평균 4.8%씩만 늘린다는 것이다.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5%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유럽 재정위기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우리나라가 4%대 중반인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을 거두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리스크는 우리나라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이번 위기로 저성장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리자는 기조하에서 성장이 둔화되면 세수 증가는 요원하다.

정부 씀씀이를 줄이는 것은 더 어려운 숙제. 정부 각 부처의 내년도 예산 요구액은 332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7.6%나 늘어났다. 대학등록금 지원, 취득세 인하에 따른 국고 보전분 등을 포함하지 않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지난해보다 13.8%나 줄였는데도 그렇다.

이 때문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 대통령의 균형재정 달성 목표를 조심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김두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재정균형을 2014년까지 무조건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은 데다 국내에서도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특정 시한까지 재정균형을 100% 맞출 수 있다고 단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전 원고에 없던 ‘가능하다면’이라는 표현을 넣은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김 수석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악조건하에서 ‘2013년 균형재정’이라는 대단히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려면 복지를 개혁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꼽는다. 한국재정학회는 올 초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용역보고서에서 현 제도만 유지돼도 지난해 81조 원이었던 복지 지출이 2020년 170조 원, 2050년 892조 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는 사전·사후 평가 시스템이나 실효성을 검증하는 제도 등이 미비하다”며 “복지 프로그램의 중장기적 계획과 우선순위를 확실히 세워 재정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성적으로 지출된 낭비성 재정도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중소기업, 농어촌 지원 등 사실상 복지 차원에서 이뤄졌던 각종 재정 지원의 효용성을 따질 때가 됐다”며 “내국세의 20.27%로 못 박힌 지방교육교부금 등 경직된 재정제도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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