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영토분쟁에 항모 투입” 주장… 제주해군기지 건설 새 변수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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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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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에 중국의 첫 항공모함 가동 등 군사적 팽창 움직임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이어도에 관공선을 보내는 등 영유권을 적극 주장하고 있어 제주 해군기지가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군사력에 기댄 중국의 대외정책

민주당 등 야 5당과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은 “미군의 대형 함정들이 제주 해군기지에 드나들며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제주 해군기지는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이 갈등과 대결로 가는 구실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노골화하는 군사적 행보를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제주 해군기지의 건설이 더욱 필요해졌다고 강조한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중국은 과거 베트남전쟁, 난사군도(南沙群島) 문제 등 대외정책을 해결하기 위해 군사력을 적극 활용한 사례가 많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주변 국가들이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6월과 7월 이어도 남서쪽 0.8km 지점 해상에서 4월부터 암초에 걸려 침몰한 석탄 벌크선의 인양 작업을 해온 한국 예인선에 관공선을 잇달아 보내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인양 작업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2005년 이어도의 종합해양과학기지 운용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여기에 중국군 기관지인 해방군보의 궈젠웨(郭建躍) 대령은 11일 해방군보의 웹사이트 중국군망(中國軍網)에 항모 ‘바랴크’를 영토분쟁 등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어도, 난사군도 등에 항모를 배치해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 이어도 출동시간 13시간 줄어

제주 해군기지는 앞으로 중국, 일본과의 영토분쟁에 대비한 핵심 전초기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한국의 최남단 섬 마라도 남쪽 149km에 위치한 이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지하자원 확보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어도에서 영토나 자원을 둘러싼 분쟁이 생기면 한국 해군이 부산기지에서 출발해 이어도까지 가는 데는 21시간(481km)이 걸린다. 반면 중국은 동해함대 기지에서 14시간(327km), 일본은 사세보(佐世保) 기지에서 15시간(337km)이 각각 걸린다.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출동 시간을 8시간(174km)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해군의 설명이다. 해군은 동해 1함대와 평택 2함대, 목포 3함대, 부산 작전기지 등을 운용하고 있으나 이들 기지는 주변 해역을 책임지는 임무에 국한돼 있다.

해군은 제주 해군기지에 이지스함과 잠수함, 군수지원함 등으로 구성된 기동전단을 배치할 계획이다. 해군 관계자는 “대양해군, 국력의 현실화, 주변국과의 분쟁 등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제주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며 “중국 항모를 제어하는 역할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완공 목표로 건설되는 제주 해군기지는 7000t급 이지스함을 포함해 함정 20여 척과 15만 t급 크루즈 선박 2척을 접안할 수 있다. 기지 상주 인원은 장병과 가족을 포함해 75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긴장감 속 주민들은 냉랭

해군기지가 들어설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는 해군기지를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현수막이 거리를 가득 메운 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서귀포시가 관리하던 해군기지 내 농로와 도랑의 소유권이 이달 초 해군에 넘어오면서 공사용 펜스 설치가 임박해졌다.

공권력 투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신용선 제주지방경찰청장은 15일 “해군으로부터 건설용지 내 시설보호를 요청받음에 따라 전투경찰 인원을 증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경기지역 전경과 여경기동대 등 400여 명과 진압 장비차량 10여 대 등을 제주지역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은 강정마을 해안을 점령하고 있다. 강정포구 동쪽 인근 중덕삼거리에는 반대단체가 경찰과 50m 거리를 두고 대치하고 있다. 반대단체 회원 30여 명은 소형 텐트 10여 개를 비롯해 컨테이너박스, 천막 등을 농로에 설치하고 경찰과 해군, 공사관계자의 진입을 막고 있다.

당사자인 강정마을 주민들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농성장의 강정 주민은 10명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희상 강정해군기지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외부세력은 제주 평화가 아니라 자신들의 조직 확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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