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청문회 증인채택’ 대립한 탈북자 김혜숙 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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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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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치범수용소서 27년동안 생활한나라 “北 인권실상 알릴 산증인”… 민주, 北인권법 압박에 반대

“몸이 안 좋아도, 국회에서 부르면 나가서 직접 보고 겪은 북한의 현실을 얘기하려고 했는데….”

28년 동안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있었던 북한 인권의 ‘산증인’ 김혜숙 씨(50·사진)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국회 청문회 증언이 무산된 것을 아쉬워했다. 한나라당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김 씨를 증인으로 부를 것을 요구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김 씨의 국회 출석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김 씨는 2월 폐암이 발견돼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이다. 김 씨의 폐에서는 오랜 세월 축적된 탄(炭)가루 뭉치가 나왔다고 한다. 김 씨가 북한에서 얼마나 처참한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김 씨는 13세 때인 1975년 아버지가 남쪽으로 탈출하자 평남 북창군의 정치범수용소인 ‘봉창 제18호 관리소’로 끌려가 2002년까지 갇혀 지냈다. 27년 만에 수용소에서 풀려난 그는 2005년 중국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중국에서 식당 등으로 팔려 다니다 탈북자를 ‘사냥’하러 온 북한 요원들에게 붙잡혀 2007년까지 끔찍한 수용소 생활을 다시 해야 했다. 2008년 극적으로 다시 탈북에 성공해 중국 라오스 태국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2009년 한국 땅을 밟은 그는 “(북한에) 수용소가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지금도 동생 2명이 갇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북한에 대해 ‘수용소를 없애기 전에는 교류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체험을 ‘눈물로 그린 수용소’라는 책으로 쓴 김 씨는 최근에는 그림을 통해 처참한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있다. 또 외국 인권단체 등의 초청을 받아 직접 증언을 하기도 했다.

여야가 김 씨의 국회 출석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했던 이유는 북한인권 문제에 있어서 김 씨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법무부 장관이 북한 인권 주무장관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권 후보자가 북한인권의 실상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며 김 씨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청문회 보이콧까지 거론하며 이를 반대했다. 권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김 씨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나라당이 김 씨를 증인으로 내세워 북한인권법안의 처리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 민주당이 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청문회와 별도로 12일 국회에서 열리는 주요 당직자회의에 김 씨를 초청해 북한인권 실태에 대한 증언과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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