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페루 FTA 오늘 발효… 뭐가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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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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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관세 9% 없어져 수출 대폭 늘어날 듯
오징어 수입 증가… 여름철 가격 안정 기대


‘엘도라도(El Dorado·황금도시)’ 페루가 한국 기업들에 시장 문을 활짝 연다.

한-페루 자유무역협정(FTA)이 1일부터 발효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자원 부국(富國)인 페루의 광물을 확보하고,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의 판매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주 취임한 좌파 성향의 오얀타 우말라 신임 페루 대통령이 외국기업의 자원 개발을 ‘착취’로 여겨 국내 기업의 자원개발 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페루는 한국시장에 오징어와 각종 농산물을 본격적으로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자원개발, 자동차 판매 등 전망 밝아


페루는 남한의 13배 크기의 땅에 인구는 2918만 명에 그치는 자원 부국.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5172달러로 당장 구매력이 크진 않지만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7.2%로 중남미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다.

한국석유공사와 SK그룹, 대우인터내셔널 등 국내 기업들은 자원매장량이 풍부한 페루와의 FTA로 경제협력이 활발해지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페루는 금(매장량 1400t), 구리(6000만 t), 아연(1800만 t), 은(3만6000t) 등 각종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석유와 가스의 매장량도 각각 11억 배럴, 3400억 m³에 이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31일 ‘한-페루 FTA 발효와 수출확대 수혜품목’ 보고서에서 “자동차와 냉장고, 의약품 등의 수출이 유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관세율 9%인 자동차와 최고 17%의 관세가 붙는 전자제품은 관세가 폐지되면 페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커져 판매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수출 실적이 미미한 볼트, 철강선, 잉크, 합성수지 등도 9∼17%의 높은 관세가 철폐되는 만큼 국내 중소기업도 페루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국내 오징어 시장은 페루산이 차지

전문가들은 현재 페루산 수입품의 평균 관세가 11%로 칠레와의 FTA 체결 당시(6%)보다 높아 관세가 없어지면 페루산 농수산물의 국내 수입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페루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품목은 오징어. 지금도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 여름철에는 페루산 오징어가 많이 수입되고 있다. 이들 오징어에는 10∼22%의 관세가 매겨지지만 이번 FTA 발효로 최장 10년 내에 관세가 사라진다. 이 밖에도 페루산 커피의 관세(2%)가 협정 발효 즉시 없어지고, 아스파라거스(20∼27%)는 3∼5년 내, 바나나(30%)는 5년 내에 관세가 사라진다.

페루산 수입으로 국내 농산물 시장이 입게 될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페루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여서 농산품 분야의 교역이 상호보완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내 인근 해역에서 오징어가 잘 잡히지 않아 페루산 수입량을 늘리면 국내 시장의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 넘어야 할 산도 많아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좌파 성향의 우말라 페루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자원개발 사업 등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말라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광물자원에서 이득을 얻는 외국 기업들에 ‘초과이득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기반산업인 광물자원을 개발해 과도한 이익을 누리는 외국 기업들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임 대통령이 성장가도를 달리는 페루 경제에 무작정 브레이크를 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신임 대통령이 전(前) 정부의 경제관료들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기용하는 등의 행태에 비춰 외국인 투자 유치와 자유무역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의 움직임도 변수다. 페루는 중국과는 이미 지난해 3월 FTA가 발효됐고, 일본과의 FTA도 곧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페루 간의 교역량은 FTA 발효 후 1년 만에 70%나 늘어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저가(低價) 위주의 상품으로 경쟁하는 중국 기업과의 싸움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페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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