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정전협정 58주년… 중립국감독위 스위스-스웨덴 장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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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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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직 전쟁 중… 영화 ‘JSA’보다 더 긴박”

중립국감독위원회의 스위스 대표인 장자크 요스 소장(왼쪽)과 스웨덴 대표인 안델스 그렌스타드 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중감위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중립국감독위원회의 스위스 대표인 장자크 요스 소장(왼쪽)과 스웨덴 대표인 안델스 그렌스타드 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중감위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국은 아직도 전쟁 중입니다. 판문점은 진짜 냉전 상태죠. 아직 한반도에 평화가 온 것은 아닙니다.”

장자크 요스 스위스 육군 소장(59)과 안델스 그렌스타드 스웨덴 해군 소장(52)은 입을 모아 “한국은 여전히 기술적으로 전쟁 중(technically at war)이다. 그래서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반도가 통일이 되어 평화가 찾아오거나 어느 한쪽이 침략해 정전협정이 깨지게 되면 우리는 한반도를 떠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58주년(7월 27일)을 앞두고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에서 한반도의 평화 중재자로 활동하는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 소속 두 대표를 만났다.

중감위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과 함께 유엔 측이 추천한 스웨덴과 스위스, 공산 측이 추천한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 등 4개 중립국으로 구성됐다. 북한은 1991년 체코슬로바키아 대표단, 1995년 폴란드 대표단을 차례로 추방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뉜 옛 체코슬로바키아 대표단은 중감위에 참가하지 않고 있지만 폴란드 대표단은 한국을 통해 연간 3, 4차례 판문점 회의에 참가하고 있다.

중감위 대표단의 임무는 과거 휴전선과 포로송환 감시 업무를 맡았으나 현재는 휴전선 감시, 방문객 영접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통상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중감위 보고서를 북한군 우편함에 넣는다. 그러나 늘 반응은 없다. 요스 소장은 “메아리 없는 외침 같다”고 말했다. 1953년 휴전 이후 3229회나 중감위 회의를 열었다. 그렌스타드 소장은 “1953년 휴전 당시에는 이렇게 (중감위가) 오래 일하게 될 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대표는 “정치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처음부터 선을 그었다. 이들은 “우리는 중립이다. (정전협정 위반에 대해서도) 미군과 유엔에 통보한다. 외부로 직접 공개하지 않아야 신뢰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12월 개성공단에 다녀왔다는 요스 소장에게 소감이 어땠느냐고 물었지만 “재미있었다. 개인적인 교육이었다”는 짤막한 답변이 전부였다.

이들은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서도 신중한 자세를 드러냈다. 국제합동조사단에 참여했던 스웨덴 조사팀이 ‘조사에 참가한 부분의 내용에 대해서만 동의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그렌스타드 소장은 “당시 스웨덴 조사팀의 임무는 누가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분석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물론 개인적으론 (북한이 저질렀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요스 소장은 “스위스는 해군이 없어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스웨덴을 통해 조사결과를 봤다”고만 했다.

최근의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해 요스 소장은 “오르락내리락한다. 시계의 작은 부품 하나가 망가지면 작동하지 않듯이 평화도 작은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렌스타드 소장도 “현재 안 좋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봤느냐는 질문에 두 대표는 모두 “봤다. 우리의 임무를 한국에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렌스타드 소장은 “(배우 이영애가 스위스 장교로 나오는데) 스웨덴이 빠져서 반쪽짜리 영화”라고 농담을 던지면서 “현실이 영화보다 더 긴박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스위스와 스웨덴은 각각 소장 1명 이외에도 대령 1명, 중령 1명, 소령 2명을 포함해 영관급 이상 장교 5명씩을 중감위에 파견하고 있다. 해군이 없는 스위스는 육군과 공군, 스웨덴은 육해공군을 모두 파견한다. 그렌스타드 소장은 스웨덴 해군참모총장 출신이기도 하다. 올해 4월 부임한 그는 “스웨덴은 평화와 관련된 업무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군 고위직을 파견한다”고 말했다.

2007년 11월부터 근무한 요스 소장은 지난해 한국에서 딸을 얻었고 이름을 독일어로 ‘노엘’, 한국명은 ‘유진’으로 지었다. 그는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걸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대표의 가족은 용산 주한미군기지에 거주하지만 이들은 판문점 사무실에서 업무를 본다. 그래서 주중에는 판문점 숙소에서 잠을 잘 때가 많다고 한다. 그렌스타드 소장은 판문점 생활에 대해서 “지루하지만 정신적으로 좋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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