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대기업 편법증여 과세”]청와대 참모들 ‘해법’ 두 기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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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르는 곽승준… “대기업 사회적 책무 압박을”
어르는 백용호… “재계 자율적 변화 유도해야”

한나라당과 재계의 긴장관계를 바라보는 청와대 안팎의 기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대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다 하도록 정부가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측과 대기업의 자율적인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는 측이 맞서고 있다. 물론 대기업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30일 여권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공개 제안한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과 초과이익공유제를 거론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적극 개입’을 지지하는 그룹이다. 여기에 청와대 내 비(非)정책 분야의 일부 핵심 인사들이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자유시장주의자인 백용호 대통령정책실장, 강만수 산업은행지주회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율적인 변화를 중시한다는 게 여권의 일반적 관측이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요즘의 청와대 기류를 설명하면서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참모들의 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대기업이 법인세율(최고세율 22%)과 무관하게 실제 부담하는 세율은 10%대 초반에 그치고 △중소기업의 고유 업종이 해제되고 총액출자한도가 폐지되면서 대기업의 자회사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을 정부가 예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의 경영 방식과 세습 경영이 가져올 경쟁력 및 기업가 정신의 약화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정부가 3월 말 공정사회 2차 추진회의 때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과세 방침을 정한 것도 대기업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 대통령의 고민에서 시작됐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한 참모는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갖고 제도와 관행, 문화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는 믿음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대기업의 경영 방식과 관련해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있는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등에는 빠른 속도로 정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동시에 대기업을 상대로 한 초과이익공유제 등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구상에 대해서는 추진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해 시장의 안정성을 높일 것이라고 한 참모는 전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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