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리해 내놓은 ‘후계론’ 논문 내용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7일 1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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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북한의 대외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에 게재된 김일성방송대학의 한 논문이 시선을 끌었다.

지난해 9월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을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임해 후계구도를 공식화한 북한이 이 논문을 통해 후계문제에 대한 정리된 견해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주체혁명 위업에 대한 영도의 계승문제를 정확히 이해할데 대하여'라는 제목의이 논문은 작년 당 대표자회를 "주체혁명위업 계승의 일관성을 담보할 근본조건이 마련된 역사적 계기"로 평가해 이 행사가 김정은이 후계자임을 천명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사실상 확인했다.

김정은이 작년 당 대표자회에서 대장이라는 군사칭호를 받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오름으로써 후계자로 공식화됐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북한이 작년 행사가 후계문제를 정리한 정치행사라는 점을 반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배경이 주목된다.

특히 이 논문은 계승의 중요성과 후계자의 자질 및 선출방식 등에 대해서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논문은 "영도의 계승문제는 나라의 전도와 관련된 사활적인 중대사"라며 "수령의 사상과 영도업적, 풍모를 계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계승의 문제와 관련해 "주체혁명위업에 대한 영도를 계승한다는 것은 본질에 있어서 김일성 주석의 사상과 영도업적, 주석의 숭고한 풍모를 그대로 이어받고 빛내어 나간다는 것"이라고 말해 작년 공식석상에 등장한 김정은이 김 주석의 헤어스타일과 패션코드를 빼닮았던 배경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옛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 이유를 `계승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누가 후계자가 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 논문은 "후계자는 보통사람들이 지니지 못한 특출한 자질과 풍모를 지녀야 한다"며 ▲수령에 대한 충실성 ▲인민 대중에 대한 사랑 ▲문무의 겸비 등을 꼽았다.

논문은 또 "수령에 대한 순결한 충실성이 후계자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징표"라며 "세계사회주의운동사에는 수령이 생존할 때 누구보다 만세를 높이 부른 정치적 야심가들이 영도적 지위에 올라서는 수령의 사상과 노선을 헐뜯고 수령의 업적을비난하며 말살했다"고 톤을 높였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에 스탈린 사후 격하운동 등과 같은 사태가벌어질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목은 결국 김 위원장의 후계구도가 아들에 의한 부자세습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의 토대로 해석할 수 있다.

김일성 주석에 대한 충실성을 손자만큼 갖추기 어렵고 김 위원장의 자녀만큼 문무 양쪽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고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점에서다.

후계자 선출방식으로는 `선거'가 아닌 `추대' 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임을 분명히 다졌다. 김 위원장이 1997년 당 총비서에, 1998년 국방위원장에 오를 때도 선거 등의 절차 없이 지역별 추대과정만 거쳤다.

논문은 "후계자가 인민 대중의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으며 그들의 의사에 따라 선출되고 추대될 때만이 후계자의 유일적 영도를 철저히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에서 후계자를 당내 선거로 뽑았기 때문에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논문은 후계문제에 대해 이같이 정리된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후계자 김정은의 실명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후계문제를 강조하면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승계과정을 사례로 거론하면서도 정작 현재진행형인 김정은 후계구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은 셈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김정은의 후계자 자질을 부각하고 업적을 내세우는 홍보를 많이 하고 있지만 아직 대외적으로까지 선전을 드러내놓고 하기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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