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약계 안건 싸고 기싸움… ‘2차 약심’ 아무 심의 못하고 끝

  • Array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21일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에서 조재국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왼쪽)이 의사 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21일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에서 조재국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왼쪽)이 의사 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사와 약사의 의견 대립으로 합의안이 나오지 못했다. 21일 2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 의약품분류 소위원회는 의약품 슈퍼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과 의약품 재분류에 대해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났다. 3차 약심은 다음 달 1일 열릴 예정이지만 견해차가 좁혀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의·약 의견차 재확인


이날 2차 약심에서는 ‘약국 외 판매 의약품 도입’과 ‘의약품 재분류 대상 품목 선정’이 안건으로 올랐다. 약심은 의료계 4명, 약계 4명, 공익 대표 4명 등 12명으로 구성된다.

두 안건에 대해 의료계와 약계는 어떤 안건을 먼저 논의할지를 두고 기싸움을 벌였다. 의료계는 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을 먼저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약계는 “약사법 개정은 의약품분류 소위원회가 아닌 법제소위원회에서 다룰 사안”이라고 맞섰다. 약계 위원들은 약사법 개정 여부를 두고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한때 앞으로 약심에는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결국 두 가지 안건을 두고 의료계와 약계는 안건 논의 여부와 순서를 정하느라 본격적인 심의는 하지 못했다. 3차 약심 때 두 가지 안건에 대해 찬반 의견을 묻기로 한 게 유일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3차 약심도 안건의 우선순위를 정해놓지 않은 상황이라 논의가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약계 대표들은 1차 약심 때 논의한 박카스 등 44개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에 대해서도 부작용 가능성을 제시하며 반대했다. 약계는 “박카스에 함유된 무수 카페인은 인체에 흡수되는 성질이 뛰어나 슈퍼에서 파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박카스는 지금까지 40억 병이 팔렸지만 부작용이 보고된 것은 10건뿐이라는 자료를 제시했다.

약심이 의료계와 약계의 의견 차이로 공전되자 두 이익 단체가 국민의 불편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복지부 장관. “법개정” 의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약사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진 장관은 약심이 열리기 전에 한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계획한 정치일정을 제쳐두고라도 약사법 개정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약심에서 의견을 수렴한 후 약사법 개정안을 9월 정기 국회 때 발의할 계획이다.

진 장관은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게 끝이 아니고 법안 통과를 위해 힘을 쏟겠다”며 “9월 정기 국회 때 처리를 위해 노력하고 시간이 부족하다면 총선 준비 기간을 줄여서라도 성사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열린 약심에서 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가정상비약을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장소에서 판매하는 약사법 개정안 구상을 내놓았다. 이날 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복지부는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장소에서 판매할 의약품으로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을 제시했다. 복지부가 약국 외 판매 대상 의약품을 예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의약품 취급 장소는 심야와 공휴일 시간대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24시간 운영할 수 있으면서 의약품 오·남용 방지, 사고 시 신속한 의약품 회수가 가능한 곳으로 제한했다. 또 일반 식품과 별도로 진열하고 임산부와 음주자의 복용 시 유의사항을 게시해 안내하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