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경찰 독립적 수사진행 가능해도 검찰 사후통제 받아야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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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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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달라지나

국무총리실에 이어 청와대까지 나선 끝에 20일 합의를 이룬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이 전체 형사사건의 98%를 직접 수사하는 현실을 법률에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강도 절도 폭력 등 대부분의 사건에서 입건부터 송치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담당하는 사법경찰관의 법적 위상을 검사의 ‘수사업무 보조자’에서 ‘수사 주체’로 격상시킨 것이다.

○ 경찰의 수사개시·진행권 명문화

조정안은 우선 ‘사법경찰 관리’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96조에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하여 수사를 개시·진행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기존 형소법은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할 때 반드시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규정했다.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 규정은 경찰이 범인 검거 및 조사, 증거 수집 등 대부분의 수사실무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각종 영장청구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단계에서 검사의 지휘를 받는 실제 수사 현실과는 거리가 있었다. 사법경찰관이 스스로 수사를 개시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형소법에 명문규정을 신설한 것은 법률과 현실의 괴리를 줄이려는 조치다.

사법경찰관에게 수사개시권과 진행권을 부여한 것은 수사가 사법경찰관의 직무임을 분명히 했다는 의미도 있다. 지금까지는 범죄 혐의를 인지하고 수사를 시작할 권한은 전적으로 검사에게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논의를 통해 수사개시권과 진행권을 손에 넣었다. 지금까지 경찰의 수사권 조정 노력은 번번이 검찰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1962년 처음 등장한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권 독립 주장은 이후 1980년 5공화국 헌법 개정 때에도 회의 테이블에 올랐다.

1998년경 학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개된 경찰의 수사권 독립 논의는 이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검찰 개혁’ 바람을 타고 본격화했다. 특히 2005년 취임한 허준영 경찰청장은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이 문제에 매달렸다. 그러나 그때마다 “경찰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할 때 수사권을 주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검찰 측 주장에 밀려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 검찰 수사지휘권은 큰 손상 없이 유지

사개특위, 개정안 가결 20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주영 위원장(가운데)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반영된 형사소송법 개정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사개특위, 개정안 가결 20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주영 위원장(가운데)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반영된 형사소송법 개정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조정안은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내주는 대신 검찰에는 경찰이 수사하는 ‘모든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원칙적으로 보장했다. 현행 형소법은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해왔지만 조정안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로 표현을 바꾸었다. 큰 틀에서 경찰 수사가 검찰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전제를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모든’이라는 수식어를 새로 집어넣은 것은 수사지휘권이 경찰이 관여하는 사건 전체라는 점을 명확히 하자는 검찰 주장을 반영했다.

조정안은 범죄수사 관련 검사의 직무상 명령에 대한 경찰의 복종의무를 규정한 검찰청법 53조는 ‘복종’이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에 경찰의 반발을 샀던 점 등을 감안해 삭제했다.

경찰에 수사개시권과 진행권을 주는 대신 수사를 종결할 권한은 검찰에 있음을 분명히 한 점도 이번 조정안의 특징이다. 조정안은 형소법 196조에 ‘사법경찰관은 범죄수사를 한 때에는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는 내용의 4항을 추가했다. 그동안 검찰은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하고 진행하게 되면 불투명한 수사로 국민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결국 이 조항은 수사가 끝난 이후에는 관련기록을 검찰에 반드시 넘겨 사후 통제를 받도록 해 인권침해 여지를 최소화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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