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았던 수사권 조정, 청와대 나서며 극적 타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0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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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문제는 20일 청와대가 나서면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검찰과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권 및 경찰의 수사 개시권 문제를 놓고 정면 대립하며 국회에서 조정에 어려움을 겪다 지난달 30일 국무총리실로 이관된 지 3주만이다.

그러나 합의까지는 진통도 적지 않았다. 6년 전인 2005년 7월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했다가 실패했던 만큼 시작부터 해법 도출이 쉽지 않은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이 장애물이었다. 그동안 7~8차례 열린 회의에서 검경은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인정하고 종결은 검찰이 하는 방안에는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했지만 '사법 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해야 한다'는 196조 1항의 존폐를 두고 양측이 정면 대치했던 것이다.

경찰은 수사 개시권을 인정할 경우 1항의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은 "경찰이 독자 수사권을 갖겠다는 의도"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 평행선을 달렸다.

이 과정에서 육동한 국무차장이 주재하던 회의가 임채민 총리실장 주재로 격상됐고, 지난 17일에는 김황식 국무총리가 국가정책조정회의를 마친 뒤 이귀남 법무장관과 조현오 경찰청장을 만나 중재에 나서기까지 했다.

김 총리가 제시한 중재안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하면서 경찰에 수사개시권은 물론 진행권까지 부여하는 내용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검경이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자 같은 날 오후 과천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장ㆍ차관 국정토론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 경찰 싸우는 것을 보니 한심하다", "공정사회를 만드는 데 검찰과 경찰이 법 질서의 중심인데, 밥그릇 싸움이란 것을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전격 합의 가능성이 주목됐다.

이후 18일과 19일에도 임 총리실장 주재로 회의가 열렸으나 수사권 조정을 위해 개정해야 할 형사소송법 조항의 문구를 둘러싼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총리실 안팎에서는 총리실의 조정기능이 실종된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비등했다. 일각에서는 총리실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또 조정에 나선 간부들이 일제히 휴대전화조차 받지 않아 정부 조정안과 관련한 각종 설들이 떠돌면서 혼선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검찰은 검찰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은 채 떠돌아다니는 조정안을 근거로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등 소모전을 펼쳤다.

이처럼 총리실을 중심으로 한 조정이 한계에 이르며 비판론이 한층 비등하자 20일에는 청와대가 나섰다.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김효재 정무수석, 권재진 민정수석이참가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조정 회의가 열린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이귀남 법무장관, 맹형규 행안장관, 조현오 경찰청장 등도 참석해 합의안을 전격 도출했다.

다만 합의안 자체가 김 총리가 제시한 중재안과 크게 차이가 없는 만큼 이 대통령의 질책과 국회 사개특위 시한에 맞춰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전격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사개특위가 제시한 틀 내에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었다"며 "수사권 조정이라기보다 수사 현실을 법 개정에 반영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만큼 양쪽이 한발씩 양보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조정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그대로 채택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미 경찰 내부에서는 "하나마나 한 합의"라며 격앙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검찰 내에서도 "합의를 했지만 (검찰에) 그렇게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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