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北 귀환]황금평 개발 착공식 돌연 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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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요청으로 나선∼훈춘 도로포장도… “다시 열리더라도 ‘큰 손님’은 안올것”

28일 단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황금평 개발 착공식과 30일 열릴 것으로 알려졌던 훈춘(琿春)∼나선을 잇는 도로 포장공사 정식 착공식이 일단 연기됐다. 북한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소식통은 “백지화한 건 아니고 2, 3일 늦춰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열리더라도 애초 계획됐던 것처럼 ‘큰 손님’들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앞으로 두만강 유역을 비롯한 북-중 접경지역의 경제협력을 대폭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엔개발계획(UNDP) 산하의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Greater Tumen Initiative)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GTI에는 한국 러시아 몽골이 참여 중이고 중국도 이 틀 안에서 나선 개발을 포함한 GTI 계획을 강력히 원하고 추진해 왔다. 나선이 북-중 간 경협 대상이 아니라 이웃나라를 포함하는 큰 판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베이징에 있는 GTI 사무국 관계자는 “중국도 GTI에 북한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북한도 반응하고 있다”며 “20년이라는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북한의 재가입 움직임


이 계획은 1992년 두만강개발계획으로 시작됐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접경지대라는 지리적 특징을 살려 동북아 각국의 경제협력 강화가 목적이다. 2005년 9월 중국 동북3성과 몽골까지 사업지역을 넓히고 공동기금을 설치하는 등 반전을 꾀했지만 실질적 진전은 거의 없었다. 특히 2009년 11월 북한이 탈퇴하면서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나선 공동개발과 두만강을 통한 출해권 추진에 합의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4월 하순부터 중국 훈춘과 나선 사이에 도로 포장 및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고 이달 30일 정식 착공식 이야기까지 나왔다. 또 중국 국영기업 등 대기업 참여설이 계속 나돌고 나선시의 경제특구가 곧 개발된다는 설도 무성하다. 착공식은 연기 또는 취소됐지만 북-중 경협은 늘 은밀히 진행돼 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적극적 독려 아래 북한이 GTI 재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중순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에서 열린 GTI 지방자치단체 회의에서 나선시 참여가 성사 단계까지 갔다. 지린 성 정부가 강력히 나선의 참가를 추진했지만 북한 중앙정부의 비준이 늦어지는 바람에 막판에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 나선 개발, 여러 국가가 함께 나설 수도


이런 움직임은 북-중이 나선 개발을 포함한 두만강 유역 개발을 양국만의 경협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뜻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한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와 함께 나선 등 광의의 두만강 유역을 개발해 사업의 안정성을 담보하고 싶어 한다”며 “북한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을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반응도 관심사다. 두만강 유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러시아는 GTI 계획의 핵심 당사자지만 그동안 소극적이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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