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여론조사 또 빗나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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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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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궐선거의 투표함을 열어 보니 선거기간 실시된 여러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와는 차이가 있었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때도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현재의 여론조사 방식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일까. 실제 개표 결과와 차이가 난다고 해서 특정 시점의 여론조사 결과는 무의미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 일주일의 공백

현행 공직선거법은 투표일 일주일 전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까지만 언론에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아일보는 코리아리서치(KRC)에 의뢰해 4월 19, 20일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인 경기 성남 분당을과 경남 김해을, 도지사 보궐선거 지역인 강원을 대상으로 마지막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앞서 후보 확정, 단일화 등의 계기에 따라 세 지역에 대해 ‘퀵폴’을 실시했다.

19, 20일 본보 조사에서 분당을의 경우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 있어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빙이었다. 일부 언론사의 조사에선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역시 오차범위 내였다. 강원지사의 경우 모든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가 상당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으나 민주당 최문순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김해을에서도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시종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인물론을 내세운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의 신승으로 막을 내렸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상당수 유보층이 투표일에 임박해 후보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또 막판 돌출 변수도 투표 행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강원의 경우 엄 후보 측의 ‘펜션 콜센터’ 가동이라는 악재가 터지면서 민심이 많이 돌았다는 게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인사들의 분석이다. 이런 막판 판세 변화는 여론조사기관이 커버하기 힘든 영역이다.

그렇다고 투표일 직전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있도록 하면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관련 규정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KRC의 원성훈 이사는 “여론조사는 조사 시점의 판세나 흐름을 보는 것이지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여론조사 기법의 문제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번 재·보선 여론조사를 놓고 “응답률이 낮아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각 후보 진영이 여론조사를 핑계로 홍보성 전화를 마구 돌려대기 때문에 많은 유권자가 아예 전화 받기를 꺼렸다는 것이다. 실제 본보 2차 조사 때 분당을 응답률은 11.3%에 그쳤다. 정치적 성향을 잘 밝히지 않으려는 문화도 아직 남아 있다. 미국의 경우 여론조사 응답률이 30% 안팎이라고 한다.

본보는 2차 조사 때 분당을에 대해선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을 썼다. RDD는 지역번화와 국번 이외의 마지막 네 자리를 컴퓨터를 통해 무작위로 생성한 뒤 전화를 거는 방식이다. 이는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가구들이 여론조사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빠지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현재 유선전화의 전화번호부 등재율은 전체 가구의 40%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RDD 방식을 쓰더라도 유선전화 대신 휴대전화나 인터넷전화만 사용하는 젊은층이나 1인 가구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에서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를 활용한 여론조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이들이 있지만 △휴대전화번호 확보에 문제점이 있고 △유선전화와 달리 응답자가 특정되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응답률이 낮을 수밖에 없으며 △집 밖에서 전화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일터에서 10분 이상 전화를 붙들고 응답해줄 사람이 과연 ‘평균인’인지 알 수 없고 △지역별 구성비를 맞추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 여론조사 한계는 있지만…


미국에선 RDD 방식과 부재자 다시걸기(Call Back) 방식을 함께 쓴다.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 연결되지 않은 가구에 몇 차례 전화를 다시 걸어 응답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본보는 올해 창간 여론조사 때 RDD 방식과 다시걸기 방식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 의식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시시각각 판세가 바뀌는 상황에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다시걸기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일주일 전 여론조사로 막판 지지층의 결집까지 예측하긴 어렵다”며 본보의 두 차례 여론조사가 재·보선의 큰 흐름을 짚었다고 평가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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