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 대북심리전 효과 탁월” 충주대 심진섭 교수 유형 소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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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지 마세요” 일기예보 정보없는 北… 南 우월성 보여줘
“동포애로 돕겠다” 용천역 폭발때 실시간 전달… 北 당국 긴장

“대북 심리전에서 효과가 탁월한 것은 전광판입니다.”

지난해 군의 대북심리전이 재개됐지만 전광판의 사용은 아직 미정인 가운데 합동참모본부에서 장기간 대북 심리전 업무를 담당했던 충주대 심리학과 심진섭 교수는 18일 심리전의 유형별 특징을 소개하며 전광판의 효과를 강조했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설치됐던 전광판은 북한지역에서 잘 보이도록 대형 전자식 글자판으로 만들어졌다.

6·25전쟁 후 확성기와 전단지·물품 살포, 전광판, 대면 작전 등으로 대북 심리전을 펼쳐왔던 합참은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당국 간 합의에 따라 심리전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천안함 폭침 사태를 계기로 재개했다.

심 교수는 무엇보다 북한군에 한국 사회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인민군 여러분 내일 빨래하지 마세요’라는 글자를 노출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나서 북한 각 지역의 일기예보를 보여주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북한군 일반 사병들에게는 일기예보 정보가 별로 없기 때문.

2004년 4월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에도 ‘용천역에서 대규모 폭발이 있어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는데 대한민국은 동포애 차원에서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심 교수는 “용천역 폭발사고에 대한 심리전의 파급 효과가 일주일 이내에 북한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북한 당국을 극도로 긴장시켰고, 북한이 그해 6월 남북 장성급회담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확성기 방송을 이용한 심리전도 효과가 높다. 심 교수에 따르면 북한군과 주민은 확성기방송을 통해 외부세계의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와 음악 프로그램을 즐겨 들었다. 심 교수는 “특히 ‘시와 음악이 있는 이 밤에’의 경우는 1997년 북한군 4군단 지역에서 귀순한 탈북자가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민지’를 꼭 만나보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전단지와 물품 살포에 대해 심 교수는 “살포된 물품은 상표를 제거하거나 변형시켜 상납용으로 활용하거나 밀거래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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