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분산案’ 파문]분산 반대해온 민동필 이사장 “명확한 입장 표명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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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를 세계적인 과학 랜드마크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지역적이고 지엽적인 담론에 갇히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과학벨트’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64)은 2월 28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제65회 한림원탁토론회’에 주제 발표자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민 이사장은 평소 과학벨트의 분산 배치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해 왔으며 이날 토론회에서 과학벨트 논의가 지역 이해관계로 흐르는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과학벨트 분산과 관련해 “과학벨트위원회 위원이라 현재는 명확히 입장을 표명할 수 없다”고 신중히 말했다. 분산을 반대해 왔던 민 이사장이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위원회가 정부의 ‘삼각벨트’ 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을 끈다.

과학기술자 중에는 과학벨트 분산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과학벨트의 핵심요소인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 비즈니스 기반 등이 분리될 경우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과학벨트라는 말은 기초과학이 중심이 되고 전국에 있는 산업과 연결되기 때문에 ‘벨트’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며 “중심이 될 기초과학 연구시설이 분산되면 ‘벨트’가 형성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계의 또 다른 연구자는 “중이온가속기 같은 핵심 시설이 없는 기초과학연구원은 그냥 일반 대학 연구소와 다를 바가 없다”며 “이렇게 되면 세계적인 석학을 모으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자들은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해 유명한 일본의 이화학연구소(RIKEN)가 5개 지역에 분산돼 있기 때문에 발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 물리학과 교수는 “100년 전 일본 이화학연구소 설립 당시에는 연구소가 지금처럼 확장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해 그 후 어쩔 수 없이 분산했던 것”이라며 “우리는 100년을 내다보는 설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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