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신공항 무산 3대 요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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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표심노린 정략적 공약 [2] 경제타당성 조사 무시 [3] 결정미루다 문제 키워

본격적으로 검토된 지 4년 3개월 만에 백지화된 동남권 신공항 논란은 엄밀한 경제적 분석을 생략한 정략적 공약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지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첫째, 동남권 신공항 논란은 애초부터 세밀한 정책 수요분석의 결과라기보다는 다분히 지역 표심을 겨냥한 정치적 공약이었다. 2006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부산 기업인들의 건의를 받아 검토를 지시하면서 본격화된 동남권 신공항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책연구기관의 용역을 거치며 탄력을 받았다. 당시 국토연구원은 김해공항 활주로가 2024년경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며 신공항 건설 필요성을 제시했고, 2007년 대부분의 대선 후보가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은 2007년 12월 펴낸 공약집에서 동남권 신공항을 ‘지방성공시대의 의미, 통합을 위한 약속’으로 규정했고, 이 대통령도 공약집에서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다.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도 ‘남부권 신공항’을 공약했다.

둘째, 동남권 신공항의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했다면 집권 초반에 ‘출구전략’을 찾았어야 했다. 현 정부 들어 국토연구원은 영남권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추천받은 35개 후보지에 대한 검토를 벌여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으로 압축한 뒤 타당성 조사를 벌였지만 결론을 못 내리고 2009년 12월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연구원 조사에서 경제적 타당성의 중요 요소인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이 밀양 0.73, 가덕도 0.7로 나와 두 곳 모두 타당성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정부의 광역 선도프로젝트로 선정된 만큼 B/C가 낮아도 추진할 만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해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셋째, 정부가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차일피일 미루다 문제를 키웠다. 신공항은 현 정부 들어 대운하 등에 우선순위에서 밀리자 해당 지역에서는 “대선 공약을 언제 이행하느냐”며 들끓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의 공약에 따르면 2009년 9월 신공항 최적 후보지를 발표하고, 이어 2011년 신공항을 착공해 2020년 개항한다는 게 당초 계획이었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역 눈치만 보다가 일을 그르쳤다. 정부가 신공항이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면 정직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다른 공약 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도 동남권 신공항처럼 차일피일 미루다 문제를 키웠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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