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폭풍전야]‘백지화 시나리오’ 왜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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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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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리로 양산 “지역발전” 수조원 들인 지방공항 11곳 적자 수렁
경제논리로 제동… 비용대비 편익비율, 가덕도 0.7 밀양 0.73 ‘부적합’

여권 일각에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사실상 ‘백지화’하겠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지역발전을 명분으로 수조 원을 투입한 많은 지방 공항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적자 공항 탄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국토해양부가 신공항 입지 평가에서 경제성 비중을 전체의 40%로 가장 높게 둔 것도 백지화 또는 재검토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경남 밀양(대구 울산 경북 경남 지지)이나 부산 가덕도(부산 지지) 중 한 곳을 선택하면 탈락된 지역을 지지하는 지자체나 주민의 반발이 우려되는 것도 재·보궐선거를 앞둔 여권으로서는 부담이다.

○ 적자의 늪에 빠진 지방 공항

지난해 국내 항공 수요는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대다수 지방 공항에게는 딴 세상 얘기였다.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 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2009년 김포와 제주 김해공항은 모두 1541억 원을 벌었다. 하지만 나머지 공항은 모두 48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수익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3개 공항에서 번 돈으로 다른 공항의 적자를 메우는 구조가 지난해에도 반복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것. 일부 지방 공항은 면밀한 수요 예측 없이 정치논리로 들어선 탓에 처음부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장사가 되던 공항들은 KTX 등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으로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과 울산공항은 ‘KTX 직격탄’을 맞은 사례다. 지난해 11월 KTX 2단계 개통 후 두 달 만에 김포∼울산 이용객은 전년 대비 35.4%, 김포∼포항 이용객은 전년 대비 13.2% 각각 줄었다. 호남선 KTX가 완공되는 2014년이면 광주나 군산공항 역시 이름뿐인 공항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 때문에 30일 발표될 평가 결과는 2009년 12월 발표된 ‘동남권 신공항 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조사 연구’ 용역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가 ‘객관성’을 수차례 강조했고, 주변 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만큼 비슷한 계산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시 국토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경제성 지표인 비용 대비 편익비율(B/C)이 가덕도는 0.7, 밀양은 0.73을 각각 받았다. B/C는 1이 넘어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B/C가 1.47이었다.

○ 김해공항 확장이 대안

정부는 아직까지 백지화 전망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선입관 없이 객관적으로 평가한 뒤 그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논의하겠다는 것.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이미 김해공항 확장 가능성 등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김해공항 확장안은 대형 항공기가 쉽게 이착륙할 수 있도록 남해고속국도 지선 900m를 지하화한 뒤 기존 활주로를 확장하는 안과 기존 활주로를 두고 새로운 교차활주로를 신설하는 방안 2가지다. 이 경우 활주로 용량(연간 15만1000회)이 연간 23만5000회로 늘어나 2025년 이후 예상되는 포화상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김해공항으로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대구 울산 경북 경남에서 공항으로 가는 도로망이나 철도망을 확충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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