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종교단체 기획입국’ 반발… 대북전단과 연계땐 파장클듯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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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주민 27명도 못돌려 보낸 판에…

24일 탈북자들의 집단 입국은 남북관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서해로 남하한 북한 주민 27명의 송환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선교단체가 개입된 ‘기획 탈북 및 입국’ 사건이 일어난 만큼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남북은 천안함 폭침 1년이 지난 시점인 29일 백두산 화산 활동과 관련한 전문가 접촉을 가질 계획이었다.

○ 관심이 집중되는 북한의 반응


기획 탈북에 유달리 민감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가 앞으로 남북관계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동남아시아 국가에 체류하던 탈북자 400여 명이 대규모로 입국했을 당시에도 남북관계가 원만한 시절이었지만 기획 입국으로 관계가 급랭한 적이 있다.

특히 북한 지도부가 아프리카·중동의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는 와중에 남측이 북한 체제를 흔들기 위해 기획 탈북을 벌였다고 대응하고 나서면 남북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꼬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국내 탈북자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와 연계해 문제를 삼기 시작하면 남북관계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초부터 대화 공세를 벌여온 북한이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핵 6자회담 개최하고 남한과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을 끌어내겠다는 지금까지의 노선을 계속 유지한다면 이번 사안은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정부 당국자들도 이번 사안이 확대돼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다. 정부는 이번 탈북자 입국 문제는 남북관계 전반과 분리해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고위 당국자는 “탈북자 2만 명 시대이고, 매년 3000명이 입국하는 가운데 6명이 늘어난 것일 뿐”이라며 이번 사건의 파장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런 당국자들의 반응은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최악의 시기를 겪었던 남북관계에 최근 변화의 기운이 생겨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3·1절 경축사에서 “같은 민족인 북한을 돕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취약계층에 대한 대북 식량지원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29일 백두산 관련 전문가 접촉이 긍정적으로 진행된다면 당국간 접촉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민간 접촉이 긍정적으로 진행되면 남북 군사실무회담 등 추가 접촉으로 남북관계 변화를 타진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늦어진 27명 송환에 걸림돌 되나


정부는 지난달 초 서해에서 표류하다 남하한 북한 주민들이 아직 돌아가지 못한 것이 이번 탈북자 입국 사건으로 문제가 더욱 꼬일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우여곡절 끝에 남북이 귀순자 4명을 제외한 27명의 송환에 합의했지만 이들이 타고 갈 배의 수리가 끝나지 않아 계속 발이 묶였다. 그나마 24일 이 목선에 대한 수리작업은 마무리됐지만 기상 조건이 나빠져 출발할 수 없었다. 17일에 보내겠다고 북측에 통보한 지 벌써 일주일째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하한 북한 주민의 배는 출발 준비를 마쳤지만 24, 25일 서해에 풍랑이 일어 송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귀환을 원하는 주민들을 안전하고 조속히 송환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주말이라도 풍랑이 잦아들고 해상 조건이 좋아지면 보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북측과 주말 송환에 대해 합의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이들의 송환은 정확한 날짜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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