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복지’ 논란]‘민주당식 무상의료’ 전문가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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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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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제주대 교수 “국고 지원 확대보다 건보료 인상 바람직”

이상이 제주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47·사진)는 “우리는 누구나 아플 수 있다. 의료야말로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가 돼야 한다”며 무상의료 방안에 동의했다. 이 교수는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를 맡고 있으며 건강보험료 34%(1만1000원)를 더 내고 보장성을 90%까지 높이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준비위원이었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서 국민 의료부담을 절감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2008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2.2%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0%에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70%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있으며 민간의료보험료는 월평균 12만 원이다.

이 교수는 “민주당은 건강보험 국고 지원율을 20∼30%가량 올리자는 방안을 주장했지만 노인, 보육, 아동 등 쓸 곳이 많은 국고 대신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정공법을 써야 한다”며 민주당의 무상의료 공약을 지지하면서도 재원 마련 방안에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민간보험료 낼 돈으로 건강보험료를 더 내면 건강보험 보장성을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교수는 또 건강보험 보장률을 1% 올리는 데 5000억 원이 든다는 것은 잘못된 계산이라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이번 민주당의 무상의료 공약은 병원 외래진료나 동네의원 진료가 아닌 입원 진료비를 말하는 것이다. 입원 진료비는 전체 급여금 36조 원 가운데 3분의 1인 10조 원 남짓이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같이 사실상 무상의료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을 볼 때 의료 수요가 폭증하지 않았다”며 “입원, 치료 공짜인데도 유럽 국민 1인당 평균 입원일수는 8일로 우리나라 16일의 절반”이라고 주장했다.

▼ 정형선 연세대 교수 “본인부담 확 낮추면 불필요한 수요 폭증” ▼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50·사진)는 “급식이 공짜여도 점심을 두 끼 먹지는 않지만 의료가 공짜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도 하고 양방, 한방, 물리치료도 모두 받아보고 싶어진다”며 무상의료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계정전문가회의 한국 대표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무상의료는 재원 조달도 어렵지만 불필요한 수요 증가가 통제되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민간보험이 요실금 수술을 보상하자 수술이 많아지고 검사비가 급증한 것도 같은 이치”라며 “이는 환자를 탓할 수 없는 합리적인 경제행위”라고 말했다.

한국은 낮은 건강보험료로도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의사에게 돌아가는 수가 수준을 통제해 왔기 때문이다. 또 환자에게 진료비를 일정 정도 부담하게 함으로써 환자 스스로 치료비 부담을 의식해 공단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낳았다. 정 교수는 “필수의료에 대한 접근을 막지 않으면서도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억제할 수 있는 본인부담 수준은 얼마일지, 즉 유상의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며 “이는 우리의 건보체계에서 진짜 무상의료는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 교수 역시 현재보다 본인부담률을 줄여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민주당의 무상의료안을 들여다보면 입원비의 10%와 외래진료비의 30∼40%를 본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정 교수는 “민주당의 이번 공약은 보험료 부담을 더 하더라도 건강보험의 보장 수준을 높이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라며 “이러한 방향에는 찬성이지만 이를 ‘무상의료’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간병비 등 모든 비급여를 급여화해서 보장률을 90%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노력할 수는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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