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복지’ 논란]선진국은 ‘감당 가능한 복지’로 선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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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식 복지’ 국가파산 위기··· 英, 부유층 육아수당 중단
日, 아동수당 절반 줄이고··· 美‘전국민 건보’ 없던일로

“유럽식 사회복지 모델은 냉전 시기 미국의 핵우산 아래 공동방위 체제로 군비 지출을 크게 줄이면서 탄생할 수 있었지만 세입이 축소되고 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변하면서 더 유지할 수 없게 됐다.”(뉴욕타임스)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 노동당이 국민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국가가 완벽히 보장해 주겠다며 내세운 슬로건이다. 이 슬로건은 이후 모든 선진국 사회보장제도의 목표이자 이상이 됐다.

지난해 10월 영국 정부는 2차 대전 이후 최대 긴축 예산 계획을 공개했다. 낮은 경제성장에도 과도한 공공 지출을 유지하다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1%까지 높아져 국가가 파산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

영국 복지의 상징이었던 육아수당은 올해부터 부모 중 한 명이 4만4000파운드(약 7750만 원) 이상 버는 가정에는 지급되지 않는다. 또 철도보조금 중단으로 기차 요금이 향후 4년간 30% 인상된다. 대학등록금은 올해부터 3배나 오른다.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는 “풍요의 시대는 끝났고 고통스러운 긴축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높은 세금과 정부 지출, 일자리 보호에 의존하는 유럽식 복지모델이 생산성 저하와 경쟁력 하락, 재정 적자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미 달콤한 복지의 맛을 본 국민은 이를 받아들이기 싫었고 국가가 파산 직전에 이르자 뼈를 깎는 대수술을 하고 있는 것.

프랑스도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최저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높이고 연금의 100%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높였다. 연금 적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국민의 반대 때문에 계속 개혁을 미뤄오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에 시위와 파업으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 경제의 견인차 독일도 2016년까지 매년 예산 100억 유로 삭감 계획을 세우고 시행에 들어갔다.

일본의 경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학생 이하 자녀 한 명당 월 2만6000엔을 지급하려던 아동수당 정책을 절반 규모로 축소했다. 매년 4조5000억 엔이나 되는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동수당은 민주당이 2009년 총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당시 대표적 공약이었다. 일본 정부는 신규 국채 발행액이 사상 최대인 44조 엔을 넘어서는 등 재정적자가 심각해지자 소비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나 야당과 여론의 반발이 만만찮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건강보험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할 때 이른바 유럽식 ‘퍼블릭 옵션(공공 보험)’이 문제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애초에 보험이 없는 국민을 정부 주도의 공공보험에 가입시켜 의료사각지대를 없애고 민간 보험회사와의 경쟁을 통해 의료비를 간접적으로 통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복지철학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라는 반대에 밀려 결국 없었던 것으로 됐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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