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젠민 前외교학원장 “환추시보 한국비판, 中정부 입장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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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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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해) 유엔 핵사찰을 받아야 한다.” “남북한 간에 전쟁이 터져도 중국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원로 외교관인 우젠민(吳建民·72) 전 중국 외교학원 원장은 5일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 구 젠궈먼와이(建國門外)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중국의 굴기(굴起·떨쳐 일어남)는 평화로울 것이며 행동으로 증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전 원장은 중국 내에서 드물게 군부의 강경 노선을 비판하고 ‘도광양회(韜光養晦·재주를 감추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라는 화평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그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
―세계에 중국 위협론이 커지고 있다.

“중국 위협론은 3가지 탓이다. 세계는 중국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 또 중국이 강대해지면 공산당이 집권했던 옛 소련처럼 패권을 추구할 것으로 본다. 나아가 역사상 전례가 없는 13억 인구의 굴기는 남을 불쾌하게 한다. 중국 위협론은 오랫동안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인내를 갖고 중국의 굴기가 중국뿐 아니라 세계에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한국에도 중국 위협론이 확산되고 있다.

“1992년 중-한 수교 때 외교부 대변인이었다. 당시 중-한 관계의 발전이 이렇게 빠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했다. 이는 서로에게 유리해서다. ‘사실이 웅변을 이긴다’는 말이 있다. 중국 위협론은 줄어들 것이다.”

―환추(環球)시보 등 중국 매체의 한국 관련 보도에 편견이 있는 것 같다.

우젠민 전 중국 외교학원 원장은 5일 베이징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의 굴기는 평화롭고 중국과 세계에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를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우젠민 전 중국 외교학원 원장은 5일 베이징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의 굴기는 평화롭고 중국과 세계에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를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환추시보가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 중국에서 한국에 대해 비판이 있지만 일부이고 중국이 한국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중국인도 한국의 보도에 기분 나쁠 수 있다. 이웃처럼 중-한 간에도 말다툼이 있기 마련이고 이는 일시적인 것이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은 북한이 했다. 중국은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천안함 사건에서 현재까지 (누가 저질렀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나? 증거가 확실하다면 중국은 분명히 반대했을 것이다. 연평도 사건 때 중국 정부는 분명히 한국 주민의 인명피해에 유감을 표시했다.”

―북한에 유감을 표시한 것인가.

“아니다. 이런 행동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북한도 사람이 숨졌다고 우리에게 알려왔다.”

―한국은 아무런 사전 경고 없이 먼저 포격을 당했고 한국인이 먼저 숨졌다. 또 한국 측 사망자 중에는 민간인도 있다.

“중국인이 보기에 남북한은 한민족이고 형제다. 대포로 한국인을 죽게 했고, 한국도 대포로 저들을 죽였다. 한국인은 중국이 분명하게 북한을 비난하기를 희망하지만 북한도 사람이 죽었다고 말한다.”

―중국 외교부 고관이 한국 정부 고관에게 “한국 주도의 통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한 달여 전에 위키리크스가 폭로했다. 또 주한 중국대사가 북한의 화폐개혁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외교관의 공개적인 말과 사적인 말은 다르다. 사적인 말이 중국 정부의 입장을 꼭 대변하지 않는다.” (그럼 ‘한국 주도의 통일’에 대해 어떻게 보나?) “남북한이 논의할 문제다.”

―세계는 중국이 북한에 변화를 일으키기를 원한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중국에 북한의 변화에 충분한 역할을 하라고 한다. 충분한 역할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미국 친구들은 우리가 북한에 주는 원조로 북한에 이거저거 하라고 시키라고 솔직히 말하더라. 하지만 우리 원조의 대부분은 인도주의적인 것이다. 원조를 멈추면 주민들이 죽는다.”

―한국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10년을 그런 관점에서 북한에 접근했다. 하지만 북한은 변화가 없었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는 대화와 싸움,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싸움은 엄청난 고난을 안겨줄 것이다. 솔직히 말해 남북한이 싸워도 중국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연평도 사건과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로 한반도 안정과 비핵화라는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의 2대 원칙을 무시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아무런 반응 없이 “싸움은 안 돼”라고만 말한다.

“우리는 굳건하게 이 원칙 아래 움직일 것이다.” (농축시설을 공개하지 않았나?) “북한은 평화적 이용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럼 중국은 이를 받아들인다는 것인가?) “당연히 유엔이 핵사찰을 실시해 도대체 어떤 물건인지를 봐야 한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우젠민(吳建民) 약력

▽중국 외교부 외교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상하이국제문제연구중심 이사회 주석

▽전 중국 외교학원 원장

▽전 주프랑스 중국 대사

▽전 중국 외교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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