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악몽이 또…” 정동기에 초조한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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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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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장 내정자 고액수입 등 논란 증폭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의 ‘월평균 급여 1억 원’ 논란이 커지면서 여권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봉급이 많은 것 자체가 위법도 아니고 비판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세금도 다 냈다”며 방어 진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여론의 흐름은 썩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 ‘약한 고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태세다.

7일에는 정 내정자가 법무법인 ‘바른’에서 받은 월평균 급여가 2007년 12월 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무분과 간사를 맡은 뒤 3배 오른 것은 ‘전관예우’와 더불어 권력과의 친분관계를 의식한 금품 공여의 성격이 짙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청와대는 내부 참모진 회의를 거쳐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이날 오후 춘추관 기자실을 찾아 “액수 등의 측면에서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는 과하다고 해서 곤혹스러운 게 있는데 본인이 잘 설명해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오해가 풀리기를 기대한다”고 해명에 나선 것도 청와대의 내부 기류를 반영한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서민들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선 “삼성전자에서 연봉 30억 원을 받는 사람은 공직에 진출할 수 없는 것이냐”는 항변의 목소리가 높지만 “국민정서라는 게 있는데…. 전관예우 문제로 또다시 ‘공정사회론’의 부메랑을 맞는 것 아니냐”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실 청와대 내에선 지난해 8·8개각 파동 이후 고액 연봉을 받은 로펌 출신들은 고위 공직을 맡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홍 수석비서관은 정 내정자에 대한 모의청문회에서 과다 급여 부분이 문제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일부 수임료도 있고 자문료도 있는데 여러 가지 합쳐 세금을 제하면 4억 원 정도 된다고 본인이 설명했고 납득하는 분위기였다”고 답했다. 여기엔 정 내정자가 강한 조직 장악력을 지녀 집권 4, 5년차 공직사회를 감찰할 감사원 수장에 적임자라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적임자라는 판단이 급여 논란 우려 같은 부정적 요소를 상쇄한 것이다.

야권 일각에선 정 후보자가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경동고 선배라는 점을 은근히 지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임 실장이 자신의 고교 선배를 감사원장으로 세게 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정통한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전관예우 논란뿐만 아니라 감사원장이라는 자리의 상징성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민주당은 우선 대통령의 심복 중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전직 민정수석비서관을 정치적 독립과 중립성이 강조되는 감사원의 수장에 임명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정 내정자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대검 차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명박 후보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논란을 잠재우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특히 야당은 민정수석 재임 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사찰이 이뤄진 점도 인사청문회에서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청와대는 정면돌파 외에는 길이 없다는 태도다. 정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통과는 현 정부의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자칫 잘못될 경우엔 여권 전체가 감당하기 힘든 후폭풍에 휘말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모임인 ‘민본21’은 6, 7일 제주도에서 워크숍을 갖고 “정 내정자의 경력을 볼 때 감사원의 독립성이나 중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간사인 김세연 의원이 전했다. 다만 김 의원은 “국회의 검증절차를 지켜본 뒤 정 내정자에 대한 민본의 태도를 최종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한나라당 소속 인사청문특위 위원 6명 중 성윤환 이정현 이상권 의원 등 3명이 친박(친박근혜)계인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청문회에서 정 내정자에 대한 야당의 집중적인 의혹 제기에 맞서려면 아무래도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더 믿을 만하지 않냐는 것이다.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까지의 10여 일 동안의 여론 흐름에 집권 4년차를 맞은 현 정부의 항로가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 내부를 단속하며 여론 흐름을 반전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위크뷰]야권, 인사청문회 벼른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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