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파워외교 강조하는 MB정부, 현주소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해외문화원… 英 201곳, 韓 16곳

정부가 올해 강조해온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는 문화 예술 등의 소프트파워를 통해 상대국 정부와 국민의 마음을 파고드는 외교 전략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10월 취임사에서 ‘소프트파워 외교’의 강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일관된 소프트파워 외교전략이 마련되지 않아 국가 이미지 제고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소프트파워 외교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해외문화원은 불과 12개국에서 16곳만 운영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외교부에 따르면 영국은 113개 국가에서 무려 201곳의 문화원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90개국에서 문화원 144곳을 운영하는 한편 97개국에서 어학원인 알리앙스프랑세즈 475곳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92개국에서 문화원인 괴테인스티튜트 146곳을 운영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의 해외문화원은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에 편중돼 있다. 정부가 새로운 외교거점으로 주목하고 있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중동 지역 중 해외문화원이 설치된 곳은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2곳뿐이다.

공모로 선발되는 일부 해외문화원장의 업무능력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문화원장은 ‘문화외교관’으로서 현지 문화계와의 네트워크 구축, 문화행사 개최, 한국과 현지 문화계의 연결 등이 필요하지만 이런 능력이 부족해 임기가 끝나기 전 소환이 검토될 정도라는 것이다.

유럽국가의 한 문화원장에게는 임기 만료 전 소환도 검토할 수 있다는 비공식적 ‘경고’가 내려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국가의 한 원장도 소환이 검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문화원장에 대한 현지 공관의 관할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문화공연의 선진국 편중도 지적된다. 외교 소식통은 “외교전략을 고려하면 한국이 새로 주목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집중적으로 한국의 매력을 알려야 하지만 현재는 공연시설이 좋은 선진국이 아니면 문화공연단을 파견하지 않는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와 문화부, 교육과학기술부, 국제교류재단 등 여러 기관이 문화외교를 수행하면서 공공외교 및 소프트파워 외교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국무부의 공공외교 및 공보담당 차관실이 공공외교를 총괄하고 있다. 일본은 2004년 문화교류와 해외홍보 부문이 통합된 외무성 공보문화교류부가 소프트파워 외교를 전담하고 있다. 프랑스는 내년 1월 설립되는 ‘앵스티튀 프랑세즈’라는 독립기관이 문화외교정책을 총괄할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문화 및 공공외교를 시행 중인 여러 기관과 대국민홍보 기능을 대폭 강화한 외교부 대변인실, 문화외교국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