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에 관심 쏠리는 사이… 더 심각해진 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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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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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위성 촬영쉬운 쾌청한날 北 3차핵실험 보란듯 준비”… 정부 고위당국자 밝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한반도 국지전 발발 위기에 쏠린 가운데 북한이 조만간 3차 핵실험과 우라늄 핵폭탄 공개 등의 방식으로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6일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꾸준히 3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미국 정찰위성이 현장을 촬영하기 좋은 쾌청한 날을 골라 의도적으로 부산하게 움직이면서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을 갖던 지난해 1월 20일 평양 인근 산음동 연구소에서 만든 장거리로켓을 열차에 싣는 장면을 위성에 노출시킨 것과 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 외교안보정책 자문그룹의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지난달 12일 미국의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게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준 것은 우라늄농축을 통한 핵무기 제조기술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척시켰다는 뜻”이라며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북한이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한 영토를 포격하며 호전성을 드러내는 것은 우라늄농축 기술 개발 등에 따른 군사적 자신감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핵보유국들은 핵 기술 진전 직후 주변국들에 호전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며 “북한도 핵 기술 진전에 발맞춰 대남 도발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옛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이 1950년 4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북한 김일성에게 6·25 남침을 승인한 것은 1949년 8월 첫 핵실험 성공 직후였다. 중국이 1969년 3월과 8월 소련과의 국경 분쟁을 일으킨 것도 1964∼1968년 8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한 뒤였다. 1998년 5월 핵실험을 한 파키스탄도 1999년 5월 인도령 카슈미르의 카르길 지역을 침범했다.

박 위원은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 지명자가 올해 7월 ‘북한이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남한에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는 위험한 시대에 진입했을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역사적 사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무력 도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며 북한 문제의 핵심은 국지전 도발이 아니라 핵무기 개발에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연평도 포격은 하나의 종료된 사건이지만 우라늄 핵개발은 지금도 진행되는 장기적인 문제”라며 “미래의 어느 시점에 우라늄 핵폭탄을 가진 북한이 도발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는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차제에 북한의 핵무기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을 전제로 세워진 모든 대북정책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관희 고려대 교수는 “미국에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자체 핵개발을 하겠다는 협박이라도 해야 한다”며 “북한의 핵 도발 징후에 먼저 선제공격으로 나서는 강한 대책을 마련해 공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北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한미일 ‘비상’
▲2010년 11월22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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