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李대통령, 北도발 관련 대국민담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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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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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적 평화 아닌 진정한 평화 의지… ‘햇볕정책 종언’ 선언

한미연합사령부 방문… 훈련상황 보고 받아 이명박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29일 서울 용산구 한미연합사령부 상황실을 방문해 배석한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왼쪽),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오른쪽)와 함께 서해에서 이틀째 실시된 한미 연합훈련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 제공 청와대
한미연합사령부 방문… 훈련상황 보고 받아 이명박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29일 서울 용산구 한미연합사령부 상황실을 방문해 배석한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왼쪽),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오른쪽)와 함께 서해에서 이틀째 실시된 한미 연합훈련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 제공 청와대
29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엿새 만에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백 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줄 때”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굴욕적 평화’ 대신 ‘진정한 평화’를 위해 강력한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간결하고 압축적이었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응징하겠다는 것인지가 없어 “공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 “책임 통감”

이번 담화는 현재의 안보 위기 상황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비등한 상황에서 나왔다. 천안함 폭침 사건 8개월 만에 터진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감지하지도, 제대로 반격하지도 못해 군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고 이는 국군통수권자인 이 대통령의 ‘안보 리더십’ 문제로 비화했다.

이 대통령의 ‘확전 자제’ 발언 진위 논란까지 벌어졌다. 이 대통령은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전격적으로 경질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 10명 중 6, 7명이 정부 대응에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책임 통감’ ‘송구’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혔다. 두 번이나 뺨을 맞고도 강력히 대응하지 못한 데 잘못이 있었음을 솔직히 인정한 것이다.

○ “북한에 대한 기대 접어”

“북한이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은 이번 담화의 핵심 메시지다.

민주당 등에선 현 정부가 아무런 대화채널도 가동하지 않은 채 북한의 무릎을 꿇리려 하기 때문에 북한이 더 호전적으로 나온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접었음을 밝혔다. 지난 20년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고 인도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지만 돌아온 것은 핵개발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이었다는 진단이다. 여기엔 김정일 정권의 흔들리지 않는 단일 목표는 핵무기 개발을 통한 2012년 강성대국 선포에 있다는 정세 판단이 깔려 있다.

이는 대북 유화정책을 주장하는 이른바 ‘햇볕론자’들에 대한 답변이자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운운하는 중국을 겨냥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북한 정권을 옹호해 온 사람들도 북의 진면모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협박에 못 이긴 ‘굴욕적 평화’는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온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라고 언급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북한 정권은 경협 등을 통해 적당히 달래서 평화의 길로 끌어낼 만한 집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결연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선 “북한이 그런 세력인 줄 몰랐다는 것이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9월 초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제2개성공단’ 추가 건립 등을 언급하기도 했으나 이번 사건 발생 후 청와대는 민간단체 차원의 인도적 지원도 ‘엄격하게’ 관리할 것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밝힌 바 있다.

청와대 한 참모는 “북한의 비이성적 행동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선의를 믿고 대규모 경제협력을 했던 게 햇볕정책”이라며 “이번 담화는 (햇볕정책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옳았다는 의미이며 당분간 대북제재 기조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 “응분의 대가”

이 대통령은 “앞으로 북한의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짧게 말했으나 어떤 군사적 대응, 혹은 제재 조치를 취할지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5·24 대국민담화 때 “앞으로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했고 여러 가지 강도 높은 대북 제재 방안도 내놨다. 그 점에서 이번 담화가 5·24 천안함 대국민담화에서 진전된 게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청와대는 “백 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일 때”라는 이 대통령의 언급에 답이 있다며 추후 정부의 대응을 지켜봐 달라고 설명하고 있다.

○ “군대다운 군대”

이 대통령은 ‘군대다운 군대’를 강조하며 강도 높은 국방개혁 추진을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김관진 전 합참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하면서 “우리 군을 군대다운 군대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신전력’의 강화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곧 군에 개혁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군 조직 개편과 군 장성 수 감소 방안 등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군 수뇌부가 핵심 개혁 대상이다. 이 대통령은 올해 말까지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70여 가지의 국방개혁 추진과제를 선별해 강도 높은 국방개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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